[오정근 칼럼] ‘피크코리아’ 우려…기업·돈·사람이 떠난다

입력 2024-11-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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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연구원장ㆍ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노벨 수상자들이 칭찬한 한국경제
성장률 추락하고 기업은 활력잃어
역동성 되살리는 특단조치 찾아야

현재 한국은 세계적으로 칭송을 받는 한편 잠재성장률은 하락일로이고 기업·돈·사람들이 모두 떠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지금이 가장 피크이고 이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는 의미의 ‘피크코리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마도 올해 한국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는 금년도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이 한국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주로 연구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라는 명저로 상을 받았다는 점이 있다. 이 명저를 저술한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츠세추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포용국가에서는 경제가 발전하고 착취국가에서는 경제가 비참하게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포용국가란 ‘많은 국민 대중이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제제도’라고 정의하고 ‘사유재산, 불편부당한 법제,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새로운 기업의 진입 허용,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바다. 그들은 한국을 예로 들었다. 그들은 저서에서 불 켜진 대한민국과 불 꺼진 북한의 사진을 싣기도 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금년에 발간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이 된 ‘글로벌 모범 사례’로 ‘성장의 슈퍼스타(superstar)’로 평가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 1200달러도 채 안 됐지만, 작년엔 3만3000달러에 육박했다”며 한국의 성장 과정 자체가 교과서로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미국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2022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조사에서 한국이 6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1위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순서대로 상위 5개국에 올랐고, 6위를 차지한 한국에 이어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이 10위 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는 2024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이 133개국 중 종합 6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방산 바이오 등이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을 비릇해 베트남 인도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反)기업 정서, 높은 임금, 잦은 파업, 겹겹이 짓누르는 규제 등이 주요 요인이다. 금년 4월 기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업장은 총 2432개로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등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한 보조금과 세액공제에 국내 기업이 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최고급 인재도 한국을 떠나고 있다. 한국이 인구 10만 명당 석·박사급 이상 핵심 인재의 미국 영주권 신청이 가장 많은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석·박사와 C레벨 인재에게 발급하는 EB-1·2 취업비자 규모에서 인도, 중국, 브라질에 이어 4위를 기록했으나 10만 명당 기준으로는 이들 국가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15일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도 -0.30명을 기록했다. 10만 명을 기준으로 AI 인재 0.3명이 순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적 AI 강국인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인재가 순유입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해외주식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속되는 국내 증시 부진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에 올해 해외 주식 투자자가 8월 말 기준 이미 전년도보다 50만 명 늘어난 7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해외 주식 투자자는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미국증시 상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한국 탈출러시 결과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2.0%로 1인당 소득 8만 달러의 미국에도 뒤지고 있다. 기업들이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첨단산업에 필요한 우수 인재가 한국에서 일하고 금융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국가로 재탄생되어야 ‘피크코리아’를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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