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안 들어온다고?"…Z세대가 해외서 사오는 화장품의 정체 [솔드아웃]

입력 2024-11-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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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11월의 첫날입니다. 전국 각지에 구름이 낀 데다가 빗방울까지 떨어져 더욱 쌀쌀한 아침이었는데요. 다음 주부터는 수도권 오전 최저 기온이 3도까지 내려가는 등 본격적인 초겨울에 접어들겠습니다.

날씨는 날마다 싸늘해지지만, 유통업계엔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이할 준비로 바쁜 건데요. 특히 미국에서는 핼러윈으로 시작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시즌이라 이 시기 한몫 챙기겠다는(?) 다수 기업의 포부까지 느껴지죠.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벌이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겁니다.

그에 비해 국내 유통업계에서 11월은 다소 애매한 달로 통했습니다. 추석과 연말 사이에 낀 쇼핑 비수기였던 건데요.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핼러윈에 진심(?)도 아닌 데다가, 보자기에 포장한 과일, 소고기 등 각종 선물은 명절에 주고받는 것도 '국룰'이었죠.

그러나 최근 들어선 변화가 감지됩니다. 10월 중순부터 신제품 출시나 할인전 예고가 쏟아져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패션·뷰티 브랜드들은 '홀리데이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속속 발표하면서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기까지 합니다. 이를 위해 해외 출장(?)까지 불사하는 이들도 있죠.

▲2022년 1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의 한 월마트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진행된 가운데 한 시민이 구매한 제품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2022년 1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의 한 월마트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진행된 가운데 한 시민이 구매한 제품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11월은 왜 쇼핑 대목이 됐을까?…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등장한 이유

미국의 최대 명절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추수감사절입니다.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마다 돌아오는데요. 일부 관공서, 학교는 이날은 물론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휴일로 지정할 경우가 있을 정도로 큰 기념일입니다. 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의 네 번째 금요일이 바로 블랙프라이데이죠.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떨이'로도 불립니다. 재고를 위해 추가 비용을 내느니, 차라리 값싸게 팔아버리자는 유통 업체들의 결심과 생필품을 쟁여놓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가 맞물리면서 탄생했죠. 반값 할인은 기본이고요. 90% 할인 팻말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물론, 중국 광군제 상품을 직구(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소비 형태가 다양해진 데 따른 건데요. 국내 유통업계도 맞불을 붙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자리 잡은 겁니다.

▲(출처=데이지크, 헤라, 샤넬, 끌레드뽀 보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데이지크, 헤라, 샤넬, 끌레드뽀 보떼 공식 홈페이지 캡처)

뷰티 브랜드, '홀리데이 에디션'에 사활…화려하면서도 특별한 디자인을 찾아서!

특히 패션·뷰티 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위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각각의 테마를 소비자들에게 각인할 좋은 기회인데요. 연말 기념으로 출시하는 '홀리데이 컬렉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신제품 출시'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홀리데이', 특별한 수식어가 붙은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는 치솟기 마련이죠.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연말 특유의 분위기도 더해야 합니다.

통상 홀리데이 컬렉션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됩니다. 한 번 품절되면 이후 단종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남들과 다른 개성,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 사이 화제를 빚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브랜드는 특정 유통 플랫폼 단독 컬렉션을 판매하곤 합니다. 아예 국가별로 다른 컬렉션을 출시하면서도 눈길을 끄는데요. 다른 나라에서 출시되는 컬렉션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여행을 감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죠. 일본 이세탄 백화점은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에겐 잘 알려진 쇼핑의 명소입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블러셔 등 색조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코덕들의 질투를 불렀는데요. 이를 구하기 위해 일본 여행을 계획하거나 지인들, 혹은 전문 업체에 댈구(대리구매)를 부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같은 특별한 컬렉션은 남다른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이 1년 중 가장 화려한 시즌으로 꼽히는 만큼, 홀리데이 컬렉션은 화려한 멋을 자랑합니다. 올해 홀리데이 에디션 역시 트렌디한 국내 브랜드부터 깊은 역사의 해외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한 테마, 구성을 내놔 눈길을 사로잡았죠.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는 지난달 20일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핑크 덕후'라면 소장 욕구가 치솟는 분홍색과 최근 유행 중인 스웨이드가 만나 '플레이 컬러 아이즈'의 '왓츠인 마이페이브 아카이브'가 출시됐는데요. Z세대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감성 브랜드 마이페이브아카이브와의 협업이라 특별함이 배가됐습니다. 아이 섀도 팔레트뿐 아니라 틴트, 블러셔 등 다양한 색조 화장품이 겨울의 따뜻하면서도 생기 있는 감성을 가득 담아냈습니다.

데이지크는 연말을 기념해 '스태리 나잇 컬렉션'을 15일 출시합니다. 밤하늘에 펼쳐진 찬란한 별빛을 주제로, 글리터가 가득해 연말 메이크업을 연출하기 제격인 섀도우 팔레트 등이 포함돼 있죠.

아모레퍼시픽의 컨템포러리 뷰티 브랜드 헤라는 홀리데이 한정으로 '드림스케이프 보야지 컬렉션'을 내놨습니다. '몽환적인 꿈의 여정'이라는 콘셉트인데요. '홀리데이 쿼드 아이 컬러'를 비롯해 '센슈얼 홀리데이 립 오일' 등에 각각 다양한 글리터,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오묘한 펄감을 담았습니다. 여기에 '쿠션 맛집'으로도 불리는 헤라답게, 기존 헤라 쿠션에 호환 가능한 한정판 케이스까지 출시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나스는 론칭 30주년을 맞아 화려한 금빛 패키지의 '24캐럿 골드 컬렉션'을 선보였고요. 랑콤은 첫눈이 내리는 파리의 밤과 비밀 정원을 테마로 반짝이면서도 우아한 홀리데이 에디션을 내놨는데요. 로즈 골드 컬러의 아이 섀도 팔레트와 인기가 좋은 에센스, 크림, 세럼 등 베스트셀러를 한데 모아 '2024년 랑콤 홀리데이 뷰티박스'를 판매합니다.

새로운 컬렉션이 나올 때마다 화제를 빚는 샤넬은 이번 홀리데이 컬렉션에서 '다이아몬드 더스트 하이라이터' 등을 선보였습니다. 큼지막한 크기의 일루미네이팅 파우더인데요. 겨울의 반짝이는 마법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영롱한 진줏빛 펄, 은은한 핑크빔이 시선을 모으죠. 끌레드뽀 보떼는 눈부시게 펼쳐지는 꿈의 도시, 파리를 테마로 화려한 제품들을 내놨습니다. 립스틱, 아이 섀도 팔레트뿐 아니라 크림, 파운데이션 패키지에도 브랜드 특유의 감성이 한껏 들어가 있습니다. KTX를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끌레드뽀 보떼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라는 농담도 나오죠.

이밖에도 구찌, 로라 메르시에, 이솝, 프레데릭 말, 딥디크 등이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출처=스와로브스키 제공, 미우미우 공식 유튜브 계정 캡처)
▲(출처=스와로브스키 제공, 미우미우 공식 유튜브 계정 캡처)

패션 업계도 캠페인 전개 활발…각 브랜드만의 개성 '눈도장'

이 시즌이 브랜드 매출 증대의 핵심이 되는 만큼 패션 브랜드들도 홀리데이 캠페인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모던 크리스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그래미 수상 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2024년 홀리데이 캠페인을 공개했는데요. 영상에서 아리아나 그란데는 브랜드의 독특한 멋이 가득한 파티에서 스와로브스키의 주얼리로 다채로운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댄서들과 함께 즐거운 연말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는 인물화가 그려진 엽서에서 영감을 받은 홀리데인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배우 엠마 코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모습을 표현했는데요. 계절을 상징하는 시적인 문장들, 자세가 바뀔 때마다 함께 변하는 카메라 각도와 의상, 낮에서 밤이 되자 캐주얼했던 옷차림이 화려한 의상으로 변신하는 모습 등이 재미를 더합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업사이클 컬렉션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빈티지의 멋까지 더한 미우미우입니다.

쇼핑 성수기인 11월에 막 접어든 만큼 향후 홀리데이 컬렉션과 캠페인도 활발히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말에는 지갑이 쉽게 열린다곤 하지만, 유독 반짝이는 제품들이 가득한 패션·뷰티 업계인데요. 크리스마스까진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았으니 신중한 소비는 필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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