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이른바 승자 독식 현상, 또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상황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면서 유명 브랜드의 매출이 오르고 대기업 중심 유통채널과 플랫폼도 대기업 등 거대 자본력을 동원한 업체가 시장을 계속 장악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업체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소비자 입장에선 혜택이 많아지는데, 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면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커머스 1위 쿠팡이 최근 유료 멤버십 회비를 인상할 때 고객들이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배달플랫폼도 이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두기업이 소비자 또는 셀러(판매자)들에게 갑으로 군림해 과한 요구를 하더라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이익은 결국 기업이 챙기게 된다”면서 “업종 내 경쟁에서 발생한 혜택을 소비자나 셀러가 가져가지 못해 시장 왜곡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러한 승자 독식 구조는 국내 유통산업의 생산성 개선을 견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한국 유통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서비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공헌도가 수출과 동일한 입지”라며 “(국가가) 선진국화 되는 것은 허약한 기업이 많이 도산하는 대신 소수의 승자기업에 그만큼의 점유율이 쏠린다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유통업의 경우 쿠팡이 치고 나갈수록 대형마트의 위세가 떨어지고 관련 산업 종사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도 “일반 소비자, 특히 효율적 소비를 추구하는 스마트 컨슈머에겐 더 큰 편익이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게 바로 선진국형 서비스산업 구조로 가는 개념”이라며 ‘결국 유통업 양극화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 양극화를 해법을 두고도 이견이 분분했다. 이종우 교수는 “강력한 선두업체가 생기는 현상 자체를 나쁘다고 보면 안된다”면서도 “선두업체가 과도한 요구를 못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기관에서 감시를 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유통업태 규제에 대한 발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선두업체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두업체가 이익만을 쫓아 판매수수료를 높이거나 고객 혜택을 등한시하지 말고 시장 건전화에도 힘써야한다”고 제언했다.
서용구 교수는 “유통업 양극화 현상은 지구 온난화 현상과 유사해 이를 인위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업종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은지 찾고,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이 높일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해야 한다”면서 “선두업체가 될 수 있도록 유통기업도 저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먹거리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