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과 다르다”…비용부담 우려 정면 돌파
이커머스업계가 익일배송 서비스 등을 강화하며 배송 속도경쟁이 한창이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이탈한 이용자를 흡수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배송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도 만만치 않아, 업계는 물류회사와 협력으로 활로를 모색할 방침이다.
6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쇼핑 계열 이커머스 롯데온은 당일배송 서비스 론칭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특허청에 ‘오늘온(ON)다’ 상표권도 출원했다. 롯데온이 당일배송 서비스를 검토하는 이유는 올 4월 론칭한 익일배송 서비스 ‘내일온(ON)다’의 고객 반응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온은 8월 익일배송 품목을 론칭 초기 1만 개에서 23만 개로 늘렸다.
G마켓과 옥션은 주문 상품의 도착일을 보장해주는 ‘스타배송’을 지난달 론칭했다. 약속한 날짜보다 배송이 늦으면, 구매고객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G마켓은 익일 합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 상품에 스타배송을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11번가도 올해 익일배송 적용 대상을 직매입 상품에서 오픈마켓 상품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커머스업계가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티메프 사태에 따른 이탈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물류 서비스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는 숙제다. 배송 서비스는 물류센터 운영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중 하나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은 그동안 물류에만 수년간 조 단위 투자를 지속하면서 ‘계획된 적자’를 인고한 끝에 2023년 연간 기준으로 14년 만에 겨우 ”흑자 전환’했다.
쿠팡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못 하던 일부 업체는 한때 배송 서비스 중단 등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2022년 롯데온의 롯데마트몰 새벽배송 서비스가 운영을 중단했고 같은 해 SSG닷컴도 새벽배송 권역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커머스업계는 이번엔 다르다는 입장이다.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갖춘 배송사와의 협력으로 비용 효율화를 이루는, 이른바 ‘얼라이언스 모델 구축’ 전략을 내세웠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 캐나다의 쇼피파이가 얼라이언스 모델을 활용하는 대표 업체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얼라이언스 모델을 선제적으로 활용했다.
당일배송을 고려 중인 롯데온은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과 협력하고 있다. 롯데온은 현재 전체 배송 물량의 40% 이상을 CJ대한통운이 맡고 있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약 20%, 한진이 15% 정도를 각각 맡고 있다.
G마켓과 옥션,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G마켓과 옥션이 최근 선보인 스타배송도 CJ대한통운과 협력한 결과물이다. SSG닷컴도 물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기 김포 네오(NEO)센터 두 곳과 경기 광주 오포읍 첨단 물류센터를 단계적으로 CJ대한통운에 이관할 예정이다. 11번가도 익일배송 서비스 물량을 전부 한진에 맡기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아마존·쿠팡의 방식을 ‘리테일러 모델’이라고 하는데 이 방식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면서 “조 단위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잘하는 업체의 노하우·인프라를 빌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