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최근 50년 사이 20세 이상 늘었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러나 장수가 반드시 축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고령자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성질환 환자의 증가를 낳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00세 시대의 재앙’으로 불리는 치매 환자는 연내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9일 의학계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은 이미 치매를 앓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올해 6월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치매상병자(치매상병코드를 주상병으로 받고 입원·외래·약국을 1회 이상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10.2%로 집계됐다.
해마다 약 5%씩 늘던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최근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2022년 94만 명, 지난해 98만 명에서 올해는 105만 명으로 예상돼 결국 100만 명을 돌파한다. 2030년 142만 명, 2040년 226만 명까지 증가해 2050년 3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한국인 100명 중 7명이 치매 환자라는 의미다.
치매로 인한 어려움 중 경제적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치매 환자 한 명을 1년 동안 돌보는데 들어가는 연간 관리비용은 2220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가구소득(5801만 원)의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치매 치료를 위한 직접의료비 외에도 간병비, 보조물품구입비, 장기요양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증상이 가벼운 최경도 환자는 1620만 원, 가장 심각한 중증 환자는 3480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 난다.
국가의 부담은 치매 환자 수의 증가에 따라 더욱 무거워진다. 연간 국가치매관리비용은 2022년 기준 20조8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7년 14조2000억 원보다 31.9% 증가한 규모다.
국가치매관리비용은 2030년 38조6000억 원으로 늘고, 2040년에는 그 두 배인 78조2000억 원, 치매 환자가 300만 명을 넘은 2050년에는 138조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GDP는 역성장하고 있을 시점이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현대의학으로 고칠 방법이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올해는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가 각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나 모두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다.
해당 치료제는 초기 치매 환자 또는 이보다 증상이 가벼운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30% 안팎으로 늦추는 효과에 그치지만, 치매 신약으로 인정받았다. 그만큼 치매 치료제 개발은 어떤 질환보다 어렵고 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