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선고…2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뒤집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다시 따져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 부분에 대해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사실 공표죄에서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이로써 박 시장은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서는 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생겼다.
박 시장은 2022년 6월 치러진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공무원 조직을 동원해 선거 홍보 영상물을 제작하고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예비 후보자 홍보물과 선거 공보물 등에 2021년 하반기 천안시 고용률이 전국 2위, 실업률이 전국 최저라고 기재하면서 인구 기준을 누락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선거 공보물 등 제작 과정에 박 시장이 관여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치의 삭제를 요구하는 구체적인 기록도 찾기 어려워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박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박 시장의 선거를 도운 나머지 4명에게는 각각 벌금 400만 원~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로 판단, 박 시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4명에게도 각각 벌금 700만 원~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 무효로 직을 잃게 된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천안시장으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도모하고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도록 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게 하고 자신의 개인 채널에 게시해 관권선거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피고인(박 시장)에 대한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 부분은 파기돼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원심 판결 가운데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허위사실 공표죄에서 허위사실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관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