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처럼 '영화관 구독제' 도입해 열혈 관객층 길러야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영화가 세 편이나 탄생했다. 특히 상반기에 개봉한 한국영화 두 편('파묘', '범죄도시4')이 상반기 동안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체 관객수는 6293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1억99만 명)의 62.3% 수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454만 명)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크게 위축했던 시기보다는 적은 규모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45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극장을 더 찾은 셈이다.
한 달에 평균 두 번 정도 극장을 찾는다는 서원정(가명ㆍ35세) 씨는 "콘텐츠 경쟁력에서 극장이 넷플릭스 등 OTT에 밀리는 것 같다"라며 "티켓값이 비싸서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극장에 없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11년 전 7000원 수준이었던 티켓값이 주말 기준 처음으로 1만 원으로 돌파했다. 이후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위축하면서 주요 멀티플렉스 3사(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는 세 차례 티켓값을 올렸다. 현재 평일 티켓값은 1만4000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1만5000원이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이웃 나라인 일본의 티켓 가격은 주말 기준 2000엔이다. 한화로 대략 1만8000원 수준이다. 평일은 1800엔으로 1만6000원 정도다. 미국은 평균 16달러, 프랑스는 16~17유로 정도다. 한화로 2만3000원 수준이다.
정새별 영화평론가는 "1만5000원이라는 가격 자체보다도 그러한 가격을 납득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지도 않고, 관객의 다양한 영화 선택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도 않으면서 티켓값만 올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OTT 서비스를 통한 영화 감상의 일상화, 대면 서비스가 사라진 영화관, 경기 침체 등 1000~2000원 티켓값을 내린다고 드라마틱하게 관객수가 늘어나길 기대하긴 어려운 요인들이 상존한다"라며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이 티켓값을 기꺼이 지불할 만한 영화를 다양하게 상영하고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우선 실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처럼 '영화관 구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2000년부터 영화관 구독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입 이후 프랑스에서는 영화애호가층이 증가하고 상영편수는 늘었으며, 특히 독립예술영화 시장이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는 1년 약정으로 17~37유로 정도의 월정액을 지불하면, 1~2인이 해당 멀티플렉스 체인과 제휴 영화관들에서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와 비슷한 구독제를 미국에서는 13년, 영국에서는 9년 넘게 시행하고 있다.
노 교수는 "구독제 기본은 학생들, 젊은이들이 영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그 친구들이 영화광이 되어서 나중에 자식들 데리고 극장에 간다. 구독제를 도입하면 이른바 '시네필'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 관객층을 확보하는 게 우리나라 극장산업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CGV 관계자는 "만약에 도입한다면 제작사, 배급사, 투자사 등과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구독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 제작 관계자는 "구독제가 극장을 포함해 영화계 전반을 살릴 수 있다면 도입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구독제를 도입했을 때, 객단가 문제를 포함해서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하루 2회 이상 관람에 제한을 두거나 4DX처럼 특별관 상영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세부적으로 설정해서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또 학생들에게는 구독제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