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방통위 2인 체제, 입법목적 저해 측면 있어"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아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사법부는 2인 체제 아래 이뤄진 결정이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6일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신청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인용 결정으로 본안 판단 때까지 신임 이사들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공모했다가 탈락한 3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의 목적, 구성 등에 관한 방통위법 제1조, 제5조 제2항, 제7조 등에 의하면,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뒤에서는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 임명 직후 김태규 부위원장과 방문진 이사 6명을 새로 임명했다. 이에 박 이사와 조 전 사장 등은 지난 1일 2인 체제 아래 이뤄진 방문진 이사 선임이 부적절하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부적절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또 지난달 31일 이뤄진 방문진 이사 선임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명처분에 관련된 절차 준수 여부, 심의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 등에 관하여 피신청인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 결과만으로는 위에서 본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새로 선임된 이사들의 효력 정지가 이사회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정지가 방문진 이사회의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선뜻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이 사건 본안 소송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종전 이사들과 후임 이사로 임명된 자들 사이의 갈등이 지속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임 이사들이 심의·의결한 사항 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도 계속하여 새로운 다툼이 반복적으로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가처분 신청 이유를 덧붙였다.
행정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이미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시작된 방통위 식물 사태가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이 2인 체제가 입법 목적을 저해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직무 정지 중인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새 방통위원 선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측 방통위원을 선임하겠다는 의사를 내 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