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건설업계... 자회사·공공임대 지분 판다

입력 2024-08-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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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의 보유 자산 매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건설사들의 보유 자산 매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건설업계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높은 공사비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올 하반기 예정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대비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자회사와 민간형 임대주택 참여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GS이니마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한다. GS이니마는 스페인 수처리 기업으로 GS건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15%가량을 책임지며 '알짜 자회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때 기업공개(IPO)까지 고려했던 회사지만 GS건설은 자본 확충을 위해 지분 20%를 매각하는 방안과 경영권을 모두 넘기는 방안 가운데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GS이니마의 기업가치를 최소 1조6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GS건설이 GS이니마 매각을 통해 얻게 되는 매각 대금이 최소 수천억 원에서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약한 재무구조와 높은 미착공 PF(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 등 GS건설의 뚜렷한 약점을 GS이니마 활용으로 누를 수 있다"며 "매각을 통해 유입될 현금 규모에 따라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만 봤던 GS엘리베이터도 매각에 나선다. GS엘리베이터는 GS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엘리베이터 설치·유지보수 자회사지만 지난해 16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만 4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GS엘리베이터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부실한 성적이 이어지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관계자는 "(매각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 때문이라기보단 사업 다각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 초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 개시되며 경영 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태영건설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가 인수한다. 태영건설이 이를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2537억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약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환경기업 에코비트의 매각까지 마치면 약 1조 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민간형 공공임대 참여 지분을 조기 매각하는 기업도 늘었다. 민간형 임대주택은 민간 건설사가 짓는 장기형 임대주택으로 임대료에 상한선이 있어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종전에는 공공임대에 참여한 민간 지분 가운데 50%만 입주 직후 매각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규제는 올 초 1·10 대책을 통해 느슨해졌다. 정부가 건설사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공공임대 참여 사업자 지분 조기 매각을 허용한 것.

현대건설은 경기 수원시 '힐스테이트 호매실' 지분 일부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약 900억 원이며 현재 추가 매각 추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극복 차원 보다는 투자사업의 이익 회수 목적으로 원자재가 인상 등으로 지연된 수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의 지분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 매각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매각 대상으로 언급되는 곳은 경기 수원시와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꿈에그린'으로 모두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했으며 각각 2018년, 2016년 입주했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6월 민간형 임대주택인 경기 화성시 '신동탄 SK뷰파크 3차' 지분의 80%를 신한투자증권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약 1000억 원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추후 타 임대주택 매각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2년 전 투자한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보유 지분은 약 13%로, 현재 어센드엘리먼츠의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현재 2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 사이에선 주택사업 의존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 건설사의 특성상 업황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이같은 현금성 자산 확보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고금리 하에서 건설사 매출액과 수익성의 감소,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무엇보다 상황에 맞는 유동성과 재무안정성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한 위험 분산과 수익 다변화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업성 평가를 통해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으나 지금처럼 수익성이 좋지 못할 때엔 부실위험이 크지 않은 건설사까지 타격이 우려된다"며 ""PF 불확실성 해소 외에 공사비 안정 등의 여건 개선도 중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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