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ISS·한국ESG연구소 "찬성" 서스틴베스트 "반대" 권고
SK이노, 주주 서한부터 별도 사이트 개설해 주주 소통 강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결정짓는 임시 주주총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연기금 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 간 표심이 갈라졌다. 다만 대주주인 SK㈜가 상당수의 지분을 들고 있는 만큼 합병은 무리 없이 성사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총에서 SK E&S와의 합병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이 지적한 부분은 합병 비율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이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현재 주가가 역사적 저점이라 자산가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상장사는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를 사용하고 예외적으로 자산가치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자산가치를 적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외부기관 자문에 따라 기준시가를 적용했다”고 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 6.2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대주주인 SK㈜는 34.45%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만으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의 편에 설 수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SK이노베이션이 설정한 매수 한도는 8000억 원이다. 실제로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 1조3600억 원의 자금을 준비했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6299억 원에 달하면서 합병이 불발됐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10만54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11만1943원)보다 5.8% 이상 낮다. 합병법인의 미래 가치보다 현재의 차익을 노리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일반 주주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주가가 5% 떨어지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확률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부담을 덜었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온도 차를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 ‘바로미터’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에선 한국ESG연구소가 합병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서스틴베스트는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합병 시너지를 알리고 주주 설득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17일 이사회 직후 주주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양사가 함께 합병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5일부터 별도 사이트를 개설해 △합병 통합 시너지 △일반 주주 주요질문 및 답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공시 외에 일반 주주와 직접 소통에 나서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