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는 위증” 지적에 김찬수 총경 “그렇다”
공수처, 수사 단초인 백해룡 경정 통화내역 등 확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용산(대통령실)을 언급했다는 당시 영등포경찰서장과 수사팀장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추후 위증 혐의로 다툴 여지가 있는 가운데, 녹취록을 확보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총경)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에게 용산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적 있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질의에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김 총경은 지난해 9월 20일 당시 세관 마약 의혹 수사팀장인 백 경정에게 전화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22일 예정됐던 브리핑을 연기하라며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총경은 현재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총경이 세관 마약수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날 청문회가 처음이다.
김 총경은 대통령실에 마약 수사 관련 보고를 했냐는 질의에 “대통령실에 보고한 내용은 전혀 없다. 경찰서장 개인이 대통령실에 보고할 이유가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제 직을 걸고 말씀드린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의혹 폭로자인 백 경정은 “김 전 총경이 통화에서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마약 사건팀을 꾸린 것도 김 전 총경인데, 그 공을 배신하려면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용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사건을 수사하다가 용산 얘기를 들었는데 일반적인 얘기인가. 그것도 밤중에 전화했다”며 “(김 총경이) 발을 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둘 중 한 분은 위증하고 있다. 위증에 대해선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 총경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재차 “9월 20일 용산 이야기를 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백 경정은 “분명하다”고 했고, 김 총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두 사람 중에 거짓말하는 분이 있고, 거짓말을 한 자가 범인이다”라며 김 총경을 향해 물었고, 김 총경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병노 경무관(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도 “대통령실로부터 수사와 관련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냐”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혀 없다”고 재차 밝혔다.
조 경무관은 지난해 10월 세관 직원의 밀반입 연루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백 경정에게 ‘보도자료에서 세관 내용을 빼라’는 취지로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백 경정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 조 경무관 등 9명의 경찰, 관세청 고위직들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백 경정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고,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 백 경정의 휴대전화에는 ‘용산(대통령실)’ ‘브리핑 연기’ 등 당시 사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통화기록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