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신임 총리, 첫 대국민 연설…“미·중 갈등 격화, 가장 우려”

입력 2024-08-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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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의존 싱가포르 영향 받을 수밖에”
미국에 안보 의존…중국은 최대 무역 파트너
제조업 지형 변화 경고…“아웃소싱 시대 끝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 저출산 대책도 공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EPA연합뉴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EPA연합뉴스
5월 취임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독립기념일을 맞아 첫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웡 총리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해진 점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웡 총리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라며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상호 의심과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제무역과 안보,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무역과 세계 안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작은 국가인 우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싱가포르 안보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우방국이다. 싱가포르는 자국 군사력 대부분을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율은 지난해 311%에 달했는데, 이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싱가포르의 우선순위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과제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웡 총리는 글로벌 제조업 지형 변화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한때 선진국이 아시아 저렴한 지역에 생산을 아웃소싱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미국과 유럽은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새로운 인프라, 기술 등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우린 규제를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며 “수년에 한 번씩 규제와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하고 줄여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는 조치도 예고했다. 우선 내년 4월부터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육아휴직과 관련해 여성에 16주, 남성에 4주간 주어지던 유급휴가는 양쪽에 도합 10주 추가하기로 했다. 전체 유급 휴가를 30주로 늘리는 셈이다. 해당 제도는 2026년 4월 1일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 환경 개선도 약속했다. 싱가포르 국민이 학업에 몰두하기 위해 일을 쉬는 경우 월 최대 3000싱가포르달러(약 305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최대 6개월간 6000싱가포르달러 상당의 임시 실업수당 지원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컨설팅업체 보어그룹아시아의 니디아 기오우 상무는 “늦어도 내년 11월 총선이 예정된 가운데 웡 총리 입장에선 시민으로 하여금 정부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자신들의 우려가 해결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이번 연설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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