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 시장재편 속도, ‘차별화 전략’ 없으면 버티기 힘들 것” [3세대 이커머스 재편]

입력 2024-08-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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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양극화 불가피 속 '질서있는 퇴장론' 힘실려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현장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티몬은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이름과 전화번호, 주문번호 등을 받아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현장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티몬은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이름과 전화번호, 주문번호 등을 받아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티몬ㆍ위메프(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무구조 등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 트렌드와 이용자 유인책 등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신생ㆍ중소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전반의 구조조정을 앞당겨, '질서 있는 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재편 향방에 대해 "과거 오프라인 유통사처럼 일부 정리가 될 것"이라며 "상위 매출 플랫폼 외에 나머지 업체들에 대한 압박이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시장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누가 생존하고 누가 사라질 것이냐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과 입점업체들이 이번 사태로 대규모 미정산과 환불 피해에 대한 경험을 한 만큼 신규ㆍ중소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고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정희 교수는 "최근 들어 인지도가 높은 대형 커머스로 이용자 쏠림 현상이 커지는 추세"라면서 "다만 시장 경쟁적 측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그간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업체들의 행태가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과거 쿠팡 등 주요 업체들이 수 년 간 적자임에도 외형 성장을 통해 투자자 유입과 나스닥 등 상장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내는 등 본궤도에 오른 전례가 있는 만큼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성공공식처럼 꼽혀왔다. 그러나 티메프가 수 년간의 자본잠식 속 판매자 결제대금을 유용해 돌려막기 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다 피해 규모를 키운 측면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당 이커머스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혈경쟁 방식이 아닌 배송이나 풀필먼트(물류센터) 등 서비스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과열된 시장 중 한 곳”이라며 “몸집을 키우기 위해 가격 인하나 멤버십 프로모션 확대는 결국은 돌고돌아 업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가격 보다 자체 사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교수도 "이번 사례는 이커머스 업체들도 차별화 전략ㆍ비전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움을 증명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에 '질서있는 퇴장'론이 힘을 받고 있다.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투자 및 인수합병 매물로써 매력도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업태 특성을 반영한 별도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정희 교수는 "유통업은 허가제가 아니라서 업체 간 출혈 경쟁도 있었고 업태 특수성이 반영된 관리지침도 다소 부족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 책임이나 소비 데이터ㆍ정보 관리 논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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