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출산을 고민하지 않아도, 미래의 나를 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8일 마리아병원은 서울 성수동에 마련한 팝업스토어에서 간담회를 열고 난임 극복 대책으로 가임력 보존 시술을 소개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력이 높은 시기에 난자나 배아를 냉동하면, 향후 임신을 시도할 때 어려움을 덜 수 있다는 조언이다.
마리아병원은 1989년 의원급 의료기관 최초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 난임 전문 병원이다.
가임력 보존은 ‘난자 냉동’과 ‘배아 냉동’ 등의 시술이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은 난자 냉동을 실시하며, 기혼 여성은 난자와 배우자의 정자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배아를 만들어 냉동한다.
혼인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력 보존 시술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국내 초혼 평균연령은 지난해 기준 남성이 33.9세, 여성은 31.4세로 집계됐다. 첫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연령은 평균 33.6세로 파악됐다.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은 작아진다. 임태원 마리아병원 경영부원장은 “난임 환자가 증가하고, 정부의 난임 치료 지원도 점차 확대되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재은 송파마리아플러스 진료과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여성의 나이는 임신 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은 물론이고 난임 치료에 성공할 가능성도 매우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마리아병원의 초진 환자 나이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난해 평균 35.6세로 집계됐다.
이 과장에 따르면 난자의 노화는 자궁의 노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또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난소 역시 노화해 난자 채취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20~30대의 젊은 난자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며, 자궁 건강을 유지해 50대 여성이 임신에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 시기인 20~30대가 가임력 보존술을 시도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난자 냉동 시술은 진료, 초음파 검사, 과배란 주사 등 전 과정에 약 400~5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기혼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난임 시술에는 지자체 지원과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미혼 여성을 위한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고 시술도 모두 비급여다.
이 과장은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강조되는 만큼, 가임력 보존을 위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난임 현장에서 많은 환자를 만나다 보면, 환자들이 더 일찍 치료를 시작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라며 “젊은 세대가 미래의 임신과 출산을 고민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 당장 출산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취지를 반영해 마리아병원은 이날부터 25일까지 ‘지금저장소’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20·30세대가 본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난자 냉동과 배아 냉동이라는 선택지를 알리고, 여성건강과 임신·출산에 대한 전문의 상담도 제공한다.
이 과장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난자 냉동 및 배아 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멀게만 느껴지는 출산 및 임신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히고자 한다”라며 “이번 행사가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대하고, 난임 환자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기여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