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숨겨진 불확실성’ 우려도
블랙스완 출현 땐 ‘N자’ 추세…급등락 반복 후 ‘L자’
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대 오르며 2500대로 반등했다. ‘검은 금요일’과 ‘검은 월요일’이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됐다는 안도감도 나오지만,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은 블랙 먼데이의 충격이 매우 컸다는 점에서 찜찜함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다.
답답하긴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코스피를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5일 국내 주식시장 하락은 설명하기 어렵다. 코스피 -8.7%, 코스닥 -11.3%를 정상적이라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며 “여러 배경이 있지만 그래도 코스피가 하루 만에 8.7% 하락할 정도는 아니었지 않았다 싶다”고 언급했다. 7~8%가 넘는 코스피 폭락은 911테러, IMF 외환위기 당시,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다. 지금이 그때만큼 위험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건 회색 코뿔소(예상 가능한 위험)가 아니라 블랙스완(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다. 블랙스완이 출몰할 경우 증시는 V자 반등이 아니라 N자형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 N자형 패턴의 무서운 점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저점을 낮춰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 반등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전날에는 지수 급락에 따른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이날에는 지수 급반등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증시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국내 선물옵션시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이 여러 지표와 여건상 경기침체 우려는 과하다며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면 장이 널뛰는 N자 추세에 직면할 수 있다”며 “N자 추세 이후엔 L자로 장기 주식시장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랙스완으로는 부동산과 금융 리스크를 비롯해 일본의 경기침체 우려 등이 다양하게 꼽힌다. 위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했던 각종 부동산 리스크(중국 부동산기업 디폴트,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공실,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크리디트스위스(SC) 충격과 같은 글로벌 중소형 은행 리스크도 안심할 수 없다.
일본 경기침체 우려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의 이윤은 높아졌지만, 상품가격이 올랐고 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소비가 침체 우려가 크다. 수입물가 상승에 직면한 일본 내수기업들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 일본 경제에서 내수 비율은 85%나 된다. 일본 인구의 30%에 달하는 고령자(연금생활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생활물가 상승분만큼 악화했다.
일본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연율이 -0.4%로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들어서도 일본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0.5%로 마이너스 국면으로 추락했다. IMF는 지난달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보다 하향조정했다.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도한 슈퍼 엔저와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란 등도 일본 경제의 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모기지 상환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시각도 병존한다”고 했고, UBS는 “BOJ가 민간소비 부진에도 금리를 인상하면서 일본 경제의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5일과 같은 패닉성 급락은 단시일 내 진정될 수 있겠으나 주가 조정 및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지정학적 긴장, 미국 댇선 등 불확실성 변수들이 다수 노정된 점도 시장 심리의 빠른 회복을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