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한쪽 입이 돌아가고, 눈이 감기지 않는 말초성 안면 마비 발생 위험이 커진다. 흔히 ‘구안와사’, ‘와사풍’으로 불리며 찬바람을 맞으면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여름에도 적지 않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증상을 방치하면 얼굴 신경이 손상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말초성 안면 마비는 얼굴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안면근의 마비를 주 증상으로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약 2만 명의 환자가 안면 마비 질환인 ‘벨마비’로 의료기관을 찾고 있다.
여름철 발생하는 안면 마비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냉방과 급격히 벌어지는 실내외 온도 차다. 온도 차가 커지면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안면신경마비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워지고, 염증 발생에도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땀을 흘린 채로 갑작스럽게 찬바람을 쐬거나 얼굴 주변에 장시간 직접 바람을 맞으면 얼굴의 혈액순환이 저하된다.
안면 마비는 초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안면 비대칭은 물론, 얼굴 근육이 뻣뻣해지는 구축, 얼굴의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연합운동 등의 이차적 후유증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안면 근전도 검사에서 70~80%의 신경 손상을 보이는 경우 후유증의 가능성이 커진다.
안면 마비의 회복기는 일반적으로 발병 후 6개월까지로 알려져 있다. 증상을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복의 속도 역시 더뎌진다. 또한 안면 마비는 재발이 가능한 질환으로, 10년 이내 재발률이 5~10% 정도로 파악된다. 원활한 회복과 후유증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면역력 관리도 중요하다.
김정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침구과 교수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면 마비센터에 내원한 465명의 안면 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경 손상의 정도를 측정한 결과, 그중 127명(27.3%)이 80% 이상의 신경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안면 마비 환자 3~4명 중 1명이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안면 마비 초기 치료에는 염증 억제를 위해 약 2주간 스테로이드 처방이 이뤄지고, 이와 함께 한약과 침을 활용한 매선치료 등 한의학적인 치료도 동반할 수 있다”라며 “초기 치료에 따라 완치율 및 치료 기간이 달라져서 될 수 있으면 조기에 전문적인 집중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