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중장기 양극재 생산능력 하향 및 투자 속도조절 검토"
LG화학ㆍ포스코퓨처엠도 2026년 생산 목표치 낮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는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생산 목표를 축소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맞춰 외연을 확장했다면, 이제는 숨을 고르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지원본부장은 31일 올해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최근 전방 시장은 주요 완성차 업체(OEM)들의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주요 고객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 둔화 등을 고려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CAPA·생산능력) 하향과 투자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5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양극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영업이익 39억 원,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영업손실 37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배터리 소재사의 실적 충격이 더 큰 모습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4.8% 급감한 27억 원에 그쳤다. 내달 6일 실적 발표를 앞둔 엘앤에프는 6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2000억~3000억 원대 안팎의 이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판매량이 감소한 데다 원재료 가격마저 하락하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전기차·배터리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기업들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액이 작년 대비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LG화학도 올해 양극재 출하량 전망치를 전년 대비 40% 증가에서 20% 증가로 하향 조정하고, 2026년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를 28만 톤(t)에서 20만 톤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도 4조 원에서 3조 원으로 줄인다.
2026년 이후 양산을 계획한 국내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공장과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 투자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도레이와 합작한 분리막 생산능력 확장 계획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포스코퓨처엠도 올해 양극재 판매량 예상치를 기존 7만2000톤에서 6만7000톤으로 낮추고, 설비투자 규모도 2조8000억 원에서 2조 원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2026년 양극재 생산 목표치는 연산 45만5000톤에서 39만5000톤으로, 음극재는 22만1000톤에서 11만3000톤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