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판매 보험사
“비급여 보장 축소해야
종별 비급여도 세분화
통원 ‘회당→일당’ 변경”
실손보험이 처음 출시된 것은 1999년이다. 실손보험은 약 20여 년간 전 국민 사랑을 받아 지난해 말 현재 4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급여 본인부담금, 비급여 등 국민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제공했다. 다만 과잉 의료 공급과 수요 발생 등 역기능으로 인한 폐해를 감축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며 실손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상품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2021년 7월에는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7월부터는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비급여 관리체계 부재와 새로운 의료기술 등 신규 비급여 항목의 지속적인 출현 등으로 여전히 실손보험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4세대 실손비급여 특별약관의 ‘3대 비급여’ 중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와 ‘비급여 주사료’는 비필수 의료행위임에도 비급여 실손 보험금 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병‧의원 지급보험금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도 눈에 띠는 대목이다. 동일한 비급여 의료행위 가격도 병‧의원이 상급종합병원 대비 높게 형성되어 있는바, 병‧의원의 비필수 비급여 과잉진료에 대한 제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는 2015년 11조5000억 원에서 2022년 17조6000억 원으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 급증에 따라 실손보험 지급보험금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2023년 기준 3세대 137.2%, 4세대 113.8%에 이르는 실손보험 손해율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8.5%, 22.3% 각각 상승했다.
3세대뿐만 아니라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추세는 무엇보다도 두 상품 모두 출시부터 보험료가 낮게 책정됐다는 점과 실손보험 최초 요율조정주기 규제로 요율 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적정요율과의 괴리가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은 수년간 대규모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실손보험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 축소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의료대란과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실손보험을 새롭게 개편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문제가 되고 있는 비급여 보장을 축소하는 방안이다. 4세대 실손보험의 대표적 보험금 누수요인인 3대 비급여 특약 중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및 ‘비급여 주사료’ 등을 실손보험의 보장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둘째, 의료기관 종별 비급여 보장한도를 세분화하는 방안이다. 병‧의원급 비중증 과잉 비급여 의료행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종별로 차등화한 비급여 연간 보장한도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급여‧비급여 통원 보장한도를 ‘회당’에서 ‘일당’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통원 보장한도를 1회당에서 1일당으로 변경하는 방안은 같은 날에 이뤄지는 다수의 과잉치료 의심 통원에 대해 각각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과잉 진료가 가능한 시장을 실손보험이 만드는 바람에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저위험‧고수익의 비급여 치료를 선택, 개원의로 몰리고 있다는 주장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실손보험의 개편 논의는 정부의 의료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만 실손보험에서 상품 구조 개편의 시급성과 함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담보 범위의 축소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이다.
이에 대해서는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소에 실손보험이 일조할 수 있도록 임신‧출산 등의 보장을 통한 사회적 역할 강화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면 이러한 우려도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이 실손보험 관련 정책을 개편함에 있어, 비급여 과잉진료 해소와 소비자 이익이라는 두 마리의 새(一石二鳥)를 모두 고려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