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 유럽은 걱정이 크다. 상대적으로 디젤차가 많고 차 값이 비싼 탓에 교체주기도 길어 노후차량이 많은데 솅겐조약으로 차를 타고 국경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니 매연을 내뿜는 차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운송분야는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도로 운송은 그 양의 70%에 이른다. EU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35년부터 휘발유와 디젤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도 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기업 말레의 CEO 안드 프랑츠는 “내연기관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실수일 수 있다”며 “사람들이 다른 기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 개발 파이프라인과 엔지니어링 교육 파이프라인이 비워졌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생산 중단을 우려해 내연기관 부품을 장기간 보유할 계획인 고객이 많다”며 그들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유럽 각국의 인센티브와 젊은층의 선호 덕에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ACEA)가 집계한 지난해 차량 판매 비중에서 전기차(14.6%)는 처음으로 디젤차(13.6%)를 제치고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이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자동차 유형이 됐다. 한 해 동안 150만 대 이상이 판매됐는데 내년엔 유럽 내 내연기관 차량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해줄 충전 인프라다. 지난해 기준 EU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는 63만여 개인데 이 중 61%가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인프라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인 네덜란드(14만4400개)는 루마니아(2700개)보다 충전 포인트가 52배 이상 많다. 결국 전기차를 타고 충전 인프라가 빈약한 나라의 오지로 간다면 자칫 충전을 못해 차가 멈춰서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ACEA는 2030년까지 880만 개의 충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연간 120만 개의 충전소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최근의 연간 설치율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결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EU의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