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률 의원은 30일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강남에 아파트 2채를 가진 '강부자' 백 후보자의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은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투기자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 국세청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백용호 후보자가 본인이나 부인의 명의로 사들였던 개포아파트와 신반포아파트, 용인 수지 소재 임야의 매입 당시 시세와 현 시세를 공개하며 각각 4배, 3배, 2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백 후보자의 대표적 재산증식 사례는 부인 조혜정 씨 명의로 2000년 3월 27일 구입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아파트(71.76㎡, 22평대)다. 당시 매입가는 3억, 실제 투입비용은 1억5000만 원이었다.
구입 후 9년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8억800만원, 시세는 12억 4000만~12억7000만원이다. 9년 만에 구입가의 4배인 10억 원대의 시세차익이 생긴 것이라는 것.
조 씨가 개포아파트를 구입하던 2000년 2월 당시의 개포아파트는 재건축아파트 투기 수요가 집중되고 있었던 곳이란 게 김 의원 주장이다.
특히 조씨가 구입한 개포 주공 2단지의 경우 1999년 12월 재건축 추진 2달 만에 78%의 주민 동의가 있었고, 2000년 5~6월에는 시공사 선정계획이 잡혀 있 는 등 사실상 재건축이 확정되는 상태였다.
김 의원은 "백 내정자가 개포동 아파트를 구입하기 2년 전인 1998년 이미 강남 반포에 45평대의 아파트를 구입했고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불과 2년 뒤에 매
입한 22평대 개포동 아파트는 거주 목적의 실수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실도 실수요와는 관계가 없는 투기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개포아파트를 구입하던 당시 백 후보자가 살고 있던 서초구 소재 신반포아파트(132.94㎡, 45평대)는 백 내정자가 1998년 3월 9일 3억2000만원에 구입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8억 8천만원, 시세는 11억 7천만 원에서 12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는 것. 이 아파트 역시 시세 기준 4배 가까운 9억 원대의 투기차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백 후보자 부인 조혜정 씨는 2001년 11월 29일 용인 수지에 230여 평의 임야를 2억4600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조 씨가 구입한 이 땅은 1개월 후 ‘용인시 수지면 고기리’에서 ‘용인시 고기동’ 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된다. 4개월 후에는 지목이 ‘임야’에서 ‘대지와 도로’로 변경됐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조 씨는 용인 수지 땅을 2배 이상 3억 5천만원대의 차익을 남기고 매도했다. 국세청장 후보자 내정을 앞두고 해당 토지를 매도한 것 역시 탁월한 투자안목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백 내정자가 1996년 총선 당시 서울 서대문을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 "재산이 없습니다",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백용호",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종률 의원은 "12년 후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백용호 씨는 재산은 많고, 국세청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면서 "백 후보자가 국세청장이 되어야 할 이유를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이유 말고 달리 찾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내달 8일께 열릴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여야 간사단 협의를 통해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일정에 대해 조율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당초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이 제시한 6일에서 이틀 정도 순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자유선진당 측에서 참석 의사를 밝힌 만큼, 인사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여야 협의를 통해 세부 일정을 논의해야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이틀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