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도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올해 대출증가율 목표치 근접한 주요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대출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열흘 만에 1조9000억 원 가까이 불어 전월 말 증가분의 30%해당하는 금액이 9거래일 만에 불어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12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08조5723억 원에서 1조5502억 원 증가한 것이다. 앞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5조3415억 원 불어나면서 2021년 7월(6조2009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었다.
이달에도 주담대가 가계대출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4조265억 원으로 전월 말(552조1526억 원)보다 1조8739억 원 확대됐다. 6월에는 전월 대비 5조8467억 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전월 증가분의 약 32%에 해당하는 금액이 9거래일 만에 불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추이가 꺾이지 않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데다 대출금리까지 하락해 주담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올랐다. 이는 16주 연속 상승이다.
여기에 금리도 대출 수요자들을 유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2%대다.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주기형)금리는 연 2.87∼5.67%, 변동형 금리는 3.80∼6.62%였다.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2일 3.356%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 추이에 대한 관측은 엇갈린다.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주담대와, 아파트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까지 금리를 올리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달성한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어 증가 속도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과 부동산 회복세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려 꺽이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상존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으로 한도가 더 줄어들기 전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주담대가 급증했다”며 “일달에도 가계대출 대부분을 주담대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