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한은 피벗 고민…‘금리 인하’ 길 튼 ‘물가’ vs. 가로막은 ‘가계부채’ [종합]

입력 2024-07-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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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연 3.50% 동결…역대 최장기간 경신
물가 2%대 떨어져 피벗 환경 조성됐으나…가계부채 증가세 우려
의결문 ‘기준금리 인하 시기 검토’ 추가하면서 ‘긴축기조 충분히’ 수정 없이 유지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려야 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물가가 2%대로 떨어져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으로 가는 길을 텄는데, 가계부채가 길목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금통위의 고민은 의결문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만장일치 금리 동결, 소수의견 없어…3개월 포워드가이던스, 4명 “현 수준 유지” vs. 2명 “인하”

한은 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작년 1월에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12회(작년 2·4·5·7·8·10·11월, 올해 1·2·4·5·7월) 연속 현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또한 역대 최장기 동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동결 기간은 1년 5개월 28일(2023년 1월 13일~2024년 7월 11일)이다. 기존 최장 동결 기간은 1년 5개월 21일(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이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소수의견은 없었다. 그러나 3개월 후 시계를 전망하는 포워드가이던스(총재 제외 6명 기준)에서는 금통위원 2명이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동안 1명만 해당 의견을 밝혔던 것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3.5%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총재 “인플레이션, 목표수준 수렴 확신 커져…금리인하 고려 가능”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측면에서는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음을 시사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4%를,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2.2%를 각각 기록했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2.8%로 낮아져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이는 한은이 전망한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2.9%, 근원물가 2.4%를 모두 밑도는 수치다. 하반기 전망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4%, 근원물가 2.1%에도 가깝다. 한은은 이번 경제상황 평가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연간 2.6%) 수준을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지금 물가 안정이 돼 있기 때문에 물가 안정만을 갖고 본다면 이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4월에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표현했던 ‘깜빡이 비유’도 이번에는 ‘차선 변경’으로 바꾸면서 피벗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알렸다.

이 총재는 “현 상황은 물가상승률의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에 관해서는 외환시장 또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서 언제 방향 전환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2024.07.11.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2024.07.11.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총재, 가계부채 질문에 “5월보다 심각…금통위, 주택가격 상승 촉발 정책 실수 말아야 공감”

이번 금통위의 화두는 가계부채였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도 첫 문단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언급했고,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수도권 주택가격’을 추가했다. 물가가 금리 인하 환경을 조성한 것과 달리 가계부채는 피벗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 원 늘었다. 3월(5000억 원)보다 4월(4조5000억 원)에 증가폭이 확대된 이후 3개월째 증가폭이 커졌다.

이 총재는 ‘정책의 실수’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것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상승, 주담대를 자극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5월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완만하게 올라가는 거로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5월 말부터 6·7월 지금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주택가격에 직접적인 조정을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아니면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기대를 너무 크게 해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금통위원 모두 공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방 의결문, “내릴 준비는 됐지만 시기는 불확실” 메시지 균형 맞춰

금통위는 의결문에 금리 인하 환경은 조성됐지만 시기는 불확실하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담았다.

그동안 금통위 의결문에는 물가와 관련해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의결문에는 “확신하기 아직 이르다”는 문구는 삭제하고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목표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장을 담았다. 5월 의결문에 사용했던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란 문구도 이번에 삭제됐다.

또한 금통위는 이번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하’라는 표현을 의결문에 직접 사용했다. 의결문에는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하’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긴축 기조에 대한 문구는 수정하지 않았다. 의결문에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라는 표현을 담았다. 피벗 시그널로 ‘충분히’라는 단어가 삭제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기존 문구를 유지한 것이다.

한편,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8·10·11월 세 차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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