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오비맥주 인수전에 롯데그룹이라는 거대유통기업이 뛰어든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주류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하이트 그룹의 아성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롯데측이 지나치게 높은 매각가격을 이유로 인수전에서 빠지면서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이트의 역사는 한 마디로 '맥주업계의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93년 '하이트'라는 브랜드로 맥주를 출시한 이후 불과 3년만인 1996년 오비맥주를 제치고 맥주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맥주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맥주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하이트그룹은 소주시장의 절대지존인 진로마저 지난 2005년에 인수하면서 국내 주류시장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하이트그룹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데에는 그룹의 오너이자 대표이사 회장인 박문덕 회장의 공격적인 영업방식이 큰 몫을 담당했다.
특히 올해는 일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에 296만여상자(350㎖×24캔)를 수출한 하이트맥주는 올해 전년대비 30% 늘어난 400만상자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100% 보리맥주 '맥스'는 지난 5월 출시 2년8개월만에 사상 최초로 월 판매 100만 상자를 돌파하는 등 같은 회사의 형님 브랜드인 '하이트'와 함께 맥주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가 자회사인 진로의 지분정리작업을 진행하면서 재상장 준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롯데그룹의 맥주시장 진출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진로 보유지분 정리작업... 3분기 재상장 추진 전망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는 최근 자회사인 진로의 지분을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3분기로 예상되는 진로의 재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하이트홀딩스는 지난 19일 자회사인 진로의 보통주 551만6000주(12.8%)를 각각 리얼디더블류에 441만6000주(2308억7700만원), 신용협동조합에 110만주(585억2000만원)씩 매각했다.
이어 3일 뒤인 22일에는 진로 인수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진로 주식 141만3125주(3.29%)를 843억5268만원에 매입했다.
843억원의 거액이 투자됐지만 이미 지난 19일 지분 매각을 통해 2983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자금적 여유는 충분한 편이다.
당시 회사측은 "진로의 주식 양도를 통한 재무구조의 개선 및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해 이번 매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22일 매각한 주식 가격이 주당 5만2465원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어서 진로 재상장시 공모가 선정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하이트 그룹은 진로의 재상장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진로의 재상장 시기를 오는 9∼10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박문덕 회장 지주사 최대주주로 그룹 전반 지배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를 중심으로 하이트맥주, 진로, 하이트산업, 세왕금속공업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이트홀딩스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하이트맥주 지분 6.75%를 비롯해 진로(52.1%), 세왕금속공업(24.85%), 하이트산업(100.0%), 하이트주정(100.0%), 하이트주조(100.0%)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진로는 석수와퓨리스(100%), 진로소주(100.0%),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트주조가 다시 강원물류와 청주물류, 수양물류라는 회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재영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진이엔지가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경영권 승계의 사전정지작업이 시작됐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재영 씨가 아직 경영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미 삼진이엔지가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의 지분을 1.19%씩 보유하고 있고,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진인베스트도 양사의 지분을 각각 9.81%씩 가지고 있어 재영 씨가 실질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보유는 시작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오비맥주 매각 종결로 안도... 롯데는 영원한 복병(?)
연초부터 주류시장을 달궜던 오비맥주의 새주인 찾기가 결국 KKR이라는 새 주인으로 결정됨에 따라 하이트 그룹은 일단 한 숨을 돌렸다.
두산의 소주사업을 인수한 롯데그룹이 오비맥주마저 인수했을 경우 롯데그룹과 주류시장에서의 전면전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가 모두 양대 주류시장에서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롯데라는 거대 유통기업이 그룹 전사적으로 주류시장 쟁탈에 뛰어들 경우 향후 주류시장 경쟁구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 안심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독자적으로 맥주 생산시설을 짓거나 기존 생산설비를 인수해 맥주시장에 뛰어든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
현재 하이트와 오비가 양분하고 있는 맥주시장에 롯데그룹이 뛰어든다면 양사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내주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맥주사업에 진출하고, 5∼10% 점유율만 확보한다고 해도 하이트맥주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라며 "이 경우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하이트 그룹은 국내시장의 절대강자 지위 유지와 해외판매 확대를 포함한 수익구조 개선 등 과제가 남겨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