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 화성, 평택 등 '6540명' 파업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8일 대규모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삼노는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점차 파업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실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에서 결의 대회, 파업가 제창, 행진 등 단체 행동을 진행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전삼노 측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 참여 인원은 기흥, 화성,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 등 전국 각지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6540명으로 집계됐다. 설비·제조·개발(공정) 직무에서만 5211명이 참여했다. 이날 현장에 모여 단체 행동에 나선 인원은 4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은 1차 총파업으로,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외부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있고, 내부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파업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섰다. 삼성 역사상 최초로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사측에 △모든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의 초과 이익성과급(OPI) 제도 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한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는 이번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한 만큼 장기화하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에 따르면 오늘 오전까지 집계된 조합원 수는 3만657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5% 수준이다. 대부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관계자는 “아무리 생산 자동화가 됐다 하더라도 설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인력들이 꼭 필요하다”며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000명 이상의 인원이 (총파업에) 참여하니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파업 기간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 15일부터 5일간 2차 총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무기한 파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노조의 총파업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최근 반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는데,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앞세우며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10조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긴 건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만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폭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제품 생산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에는 고객사 납기 일정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향후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분위기를 타는 산업이다. 업황이 좋을수록 성과급도 따라오는 것”이라며 “총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겨 실적이 안 좋아진다면, 결국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DS 부문 상반기 성과급을 기본급의 최대 75%로 책정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실적 둔화로 25% 수준에 그쳤다.
노조 측의 잦은 말 바꾸기도 협상의 진정성을 저하한다는 지적이다.
전삼노는 당초 사측에 ‘2024년도 기본 인상률(3.0%)을 거부한 855명 조합원에게 보다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하라고 했는데, 조합 내부에서도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855명 포함 전 조합원’으로 대상을 확대ㆍ수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