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가 하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주가 상승의 수혜를 본 상장 공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앞장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 등에 따르면 상장 공기업 7곳(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한전KPS, 한전기술, GKL) 가운데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나 주주환원을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 등을 공시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상장 공기업은 올 2월 밸류업 프로젝트 기대감으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 떠오를 때 순환매 장세에 탑승했다. 같은 시기, 공공 기관 경영 평가 때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을 본다는 소식도 흐름에 박차를 가했다. 상장 공기업 7곳이 일제히 급등했고, 지역난방공사는 상장 이래 처음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3월 기대에 부응해 자사주를 800주 사들였지만 그게 끝이었다. 5월에는 적자로 인해 배당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누적 적자 해소 시기도 불투명해 관련 내용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공시했다. 다른 상장 공기업들 또한 상반기가 지나도록 관련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꾸준하게 현금배당을 해온 강원랜드만 유일하게 주당 930원 배당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저PBR 종목의 대표주자이자 정부 정책에 좌우되는 사업 구조를 가진 상장 공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더뎌 마중물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장 공기업들은 실적악화와 부정적인 업황을 이유로 밸류업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3년 약 4조5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약 32조6500억 원의 손실보다는 줄었지만 3년 연속 조 단위 적자를 보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단순히 미수금을 회계기준에 도입한 결과다. 미수금은 받아야 영업이익인데, 실상 받을 길은 요원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상장 공기업이 요금 현실화 등 구조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밸류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는 동사의 천연가스 밸류체인 성장성 등이 가시화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과 맞물린다면 기획재정부의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인 40%로 배당 재개가 가능해질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