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양식 가능ㆍ생산성 100배↑
정부, 수심 35m 이상 외해 양식장 허용
K푸드 열풍으로 김 수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정부와 식품업계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풀무원이 국내 최초로 수조에 김을 양식하는 육상 재배 기술 상용화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해 공급 확대에 나섰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미김·건조김 등 김 수출액은 7억9000만 달러(한화 약 1조332억 원)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2.2% 늘어난 실적이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성적이기도 하다. 한국산 김은 전 세계 김 점유율 70%에 달한다. 김 수출액은 올해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합계 수출액은 1억3171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19% 증가했다.
이처럼 김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냉동김밥 등 K푸드 열풍으로 해외에서도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 김은 현재 미국, 일본, 중국은 물론 태국, 러시아 등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생산량은 부족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마른 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김 원료인 원초는 수온 상승으로 바다 양식장이 늘어도 생산성이 하락하는 추세다. 4월 기준 김 재고량은 4만9000속(1속=마른김 100장)으로 재고율은 35%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달 6만4000속보다 23%나 줄어든 양이다.
이 때문에 국내 김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김 물가는 28.6% 상승해 1987년 12월(34.6%)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초 가격 상승으로 조미김을 만드는 동원F&B, CJ제일제당 등이 가격을 10~15% 올리면서 올해 상반기 전체 김 가격은 평소 대비 약 2~3배 비싼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와 정부는 김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업 중에서는 풀무원이 2021년부터 김 육상 재배에 나서며 양식에 성공했다.
김 육상 양식은 말 그대로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김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풀무원은 바다와 같은 환경을 조성한 바이오리엑터(생물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에서 김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김은 3~1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생육이 활발한데, 현재 수온 상승으로 바다에서는 11~4월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육상 재배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기에 사계절 내내 김을 양식할 수 있다. 수확하기까지 기간은 통상 약 2주가 걸려 연간으로 24회 수확을 할 수 있다. 다만 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는 단점이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김 육상 양식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100배 높고, 연중 자동으로 생산과 수확이 가능해 효율성이 높다"며 "3년 이내 어민 보급형 김 육상 양식 모델을 제공해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보다 양식장 설치 허용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양식장을 설치하지 않았던 수심 35m 이상 외해에도 양식장 개발을 추진한다. 관련 시행령 개정안이 예상대로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올해 겨울부터 외해에서도 김 양식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전국 내해 양식장 규모도 2700헥타르(ha)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김 풍종 개량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