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목표 상향에도 순항 중
한화오션, 3사 중 수주액 가장 적어
“해운업황 영향 등 하반기엔 더 좋을 것”
올 상반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HD한국조선해양은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지만, 삼성중공업은 목표치 50%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3사 중 가장 수주액이 적었다. 다만 업계에선 지금의 수주 기조를 이어가면 3사 모두 호황기에 걸맞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치였던 155억 달러를 반년 만에 조기 달성하는 분위기다. 이달까지 HD현대미포는 PC선 선박 수주가 늘며 연간 목표치를 이미 초과 달성했고, HD한국조선해양은 프랑스의 글로벌 해운사 CMA-CGM과 18척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 계약 임박 소식이 들려왔다.
HD현대미포가 올해 수주한 PC선은 총 48척으로 지난해 수주량 38척을 이미 돌파했다. 수주액 역시 연간 목표치였던 31억 달러를 초과한 33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반년도 되지 않아 목표 초과달성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CMA-CGM과 총 18척, 34억 달러(약 4조7000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세부적으로는 8000TEU(1TEU=20피트)급 컨테이너선 6척과 1만5000TEU급 12척에 대한 건조 계약으로,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하게 된다.
컨테이너선 계약까지 마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155억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치였던 135억 달러를 초과 달성하게 된다. 조선 3사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까지 연간 목표치인 97억 달러의 약 40%인 38억 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목표치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연간 목표치를 상향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최근 러시아 선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요구로 슬롯이 일부 비는 상황이 생겼다. 이에 빠른 발주를 원하는 선사들과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며 수주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화오션은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올해부터 연간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 상반기까지 약 33억9000만 달러(17척) 수주에 성공했는데, 이는 3사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증권가에선 수주 절벽으로 내년에 매출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용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장기간 수주 부진에 따른 향후 매출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수주를 희망적으로 가정해서 실적을 추정하더라도 내년 매출은 올해 매출 대비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중 지난해 총 수주액을 돌파한 점 △최근 필리조선소 인수로 미국 함정 시장 진입이 본격화된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무난하게 연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수주액이 적은 한화오션도 지금의 수주 기조에 더불어 미국 함정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면, 호황기에 걸맞은 성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여러 대량 발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신조선가지수 지속 상승 기류, 해운업 호황 등이 지속하며 올 하반기엔 조선사들의 수주 계약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3사의 올 하반기 수주 전망은 더 밝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인해 해운사들의 수익이 늘고, 필요 선박도 함께 늘며 머스크, MSC, 짐라인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지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모잠비크에서 추진 중인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발주도 관심거리다. 2022년 FLNG 1기를 수주했던 삼성중공업이 계약에 유리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데, FLNG의 척당 가격은 2~4조 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 이상 수주에 맞먹는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