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에도 세브란스병원에 ‘대혼란’은 없었다.
중증환자와 응급실 등에서 진료가 유지되고 있었고, 환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크지 않았다. 다만, 휴진이 장기화한다면 환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산하 세브란스병원은 전날과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정상 운영 중인 응급실 출입구 앞으로는 응급차가 세 대 줄지어 섰다. 응급실 출입구 바로 옆으로 난 외래병동행 에스컬레이터에도 내원객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날은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첫날이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달 9~11일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총 735명 중 531명(72.2%)이 무기한 휴진에 동의했다며 27일을 실행일로 못 박았다. 연세의료원은 산하에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을 두고 있다.
이날 본지가 방문한 병원 본관 로비에도 적지 않은 의료진들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바쁘게 오갔다. 환자복을 입은 입원 환자들은 유리창 앞에서 햇볕을 쬐거나 보호자와 대화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병원은 전공의들이 이탈한 2월 이후 대체적으로 한산해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본관 중앙 출입구 앞에는 병원 방문객들이 택시와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역, 용산역 등을 오가는 병원 셔틀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종일 운행되지만, 번번이 만석으로 탑승에 실패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점심시간에도 셔틀버스 좌석이 금세 소진돼, 환자와 보호자들은 나무 그늘에 줄지어 앉아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암병동 역시 환자 진료로 바쁜 모습이었다. 데스크에 표시된 접수 순서는 13번이었지만, 대기표는 20번대를 넘어갔다. 대기석은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30여 명 앉아있었다.
암병동 앞에서 본지와 만난 80대 남성 환자는 “폐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오늘도 별문제 없이 진료받고 간다”라며 “원래 다녔던 환자들은 휴진이라고 진료를 못 받거나 연기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기적으로 채혈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채혈을 못 한다면서 지난주에 미리 해줬다”라며 “휴진에 대비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어린이병원은 다른 병동보다 더 조용한 모습이었다. 로비에서 접수를 기다리는 방문객은 없었으며, 병원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산한 가운데 몇몇 의료진과 환자들만 오고 갔다.
이날 병원은 휴진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입원 병동,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기존 환자들의 진료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응급실도 평소와 같이 운영됐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환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들은 일반 환자 대상 외래, 비응급 수술 및 시술을 중단했으며, 진료 재개 시점을 정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의 휴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교수들의 휴진에 대한 환자단체와 시민사회계 비판이 커지고 있으며,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도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7일부터 휴진을 시작했지만, 닷새 만인 지난 21일 복귀했다. 가톨릭대 의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휴진을 유예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대정부 투쟁 방침을 거듭 밝힌 만큼, 세브란스병원의 정상화 시점은 미지수다. 전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몇 달 동안 진료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었을 뿐, 의료를 필수불가결하게 구성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와의 협력이 단절된 상태”라며 “정부는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말고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