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사례 많아도 법적으론 '허점'
뒤늦은 보완…사회안전망 점검을
김호중 본인도 음주운전을 시인했지만, 뒤늦은 고백에 검찰은 그의 음주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18일 김호중을 구속기소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만 적용했다.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이번 김호중 사태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이들에게 오히려 음주 혐의를 빠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호중을 모방하는 범죄가 또다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이런 사례는 빈번하다. 음주 사고를 낸 뒤 친구에게 대신 운전을 한 것으로 말하도록 종용하면서 그 사이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가해자의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뒤 9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한 방송인 이창명의 사례도 비슷하다. 당시 그는 음주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사고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됐다.
김호중 사건과 판박이 같은 상황이 이처럼 흔하다. 자칫 김호중 사례를 계기로 모방 범죄가 이어지면 음주 사고가 늘어나진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고 음주운전 혐의를 벗어나겠다고 이를 따라 했다간 오히려 더 큰 엄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음주운전 혐의를 벗으려고 사고 현장에서 도주하거나 ‘술타기’(음주운전 이후 음주운전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방해를 위해 추가로 술을 마시는 것)를 할 경우 도주치상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제44조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반면, 도주치상죄가 적용돼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김호중 사태가 우리 법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계기가 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김호중 사례처럼 ‘술타기’를 막기 위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김호중 방지법’을 발의했다. 음주운전 상태에서 술에 취한 상태의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신 경우 적발 시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야 모두 이번 김호중 사태로 인해 음주운전 문제에 있어서 법적 미비점을 인식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뒤늦게나마 ‘제2의 김호중’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의 ‘김호중 방지법’이 이른 시일 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별개로 대검찰청도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와 관련해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술타기’ 적발 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젠 더 이상 ‘음주는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역설적인 사태가 재발해선 안 된다.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제2의 김호중’ 사태 방지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