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법정 심의기한이 일주일도 안 남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 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도급제 적용 최저임금을 누가 결정할 것인지 논의하는 데 한 달을 썼다. 결론도 못 냈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바로 시작하기도 어렵다.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기 전에 업종별 구분 여부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논의하는 데 총 심의 기간의 절반 이상을 날린다. 그러다가 법정 시한이 임박해 또는 법정 시한을 넘겨 부랴부랴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한다. 그렇게 7월 중순이 되면 표결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한다. 7월 중순은 확정·고시일(8월 5일) 전 이의제기(10일)·심의 일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최임위가 법정시한 내 최저임금을 결정한 건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9차례뿐이다. 2022년 8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켰으나, 지난해 또 시한을 넘겨 7월 19일 결정했다.
이제는 비생산적 결정 방식 논의를 국회·정부로 넘길 때가 됐다. 매년 답도 안 나오는 결정 방식을 논의하느라 최저임금 수준을 졸속으로 심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제한된 기간에 논의를 끝내야 하니 근거를 토대로 한 합리적인 토론보단 노·사 간 줄다리기와 공익위원의 성향에 따라 최저임을 정할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 일자리 충격을 유발했던 고율 인상(2018~2019년)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율 인상(2023~2024년) 등 현실과 괴리된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졸속 심의의 결과물이다.
특히 현재 논의 구조에선 최임위가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정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만 봐도 그렇다. 업종별 구분을 위해선 세세분류상 모든 업종과 사업장 규모·지역별 임금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업종·규모·지역을 정해야 한다. 이를 최임위가 법정 심의 기간인 3개월 이내에 끝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합리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기 위해서라도 최임위는 ‘임금액만’ 심의하는 게 타당하다.
결정 방식은 큰 틀을 국회가,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가 정하면 된다. 도급제 특례, 업종별 구분 조항을 폐지하거나 의무조항으로 개정하고, 의무조항으로 개정 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특례를 적용할 도급제의 범위, 최저임금을 별도 적용할 업종·규모·지역 등을 정하면 된다. 이걸 다 최임위에서 한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최저임금 수준을 졸속으로 정한다는 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