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감세' 기조로 세제 개편을 띄우자, 야당에서 '세수 펑크에도 부자 감세를 밀어붙인다'며 공세에 나섰다.
종합부동산세·상속세·증여세 중심으로 과세표준과 공제 한도, 세율 등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으로 세 부담을 줄일 것이라는 국민의힘 입장에, 야당은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상황이다. 올해 4월까지 걷힌 세금이 지난해와 비교해 8조 원 넘게 줄어들면서, 여당에서 띄우는 세제 개편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 특별위원회는 20일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세제 전문가와 함께 상속세 과표구간 및 공제 조정·가업 상속 승계 대상 확대·최대주주 할증 과세 재검토·공익법인 상속증여세 면세 한도 확대 등을 논의했다.
특위에서 논의한 상속세·증여세 개편안을 요약하면, '감세' 기조에 맞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과도한 세 부담을 줄인다는 목적 때문이다. 특위는 이날 논의한 개편안을 7월 정부 세제개편안에 포함하거나, 자체 입법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당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서울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과세 대상이 되는 결과로, 과도한 세 부담이 있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상속세 개편을) 논의했다. 공제액 역시 배우자·자녀를 포함한 인적공제 부분을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에 대부분 동의했다"고 논의 결과를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OECD 평균 세율을 고려해 내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전부)"라며 "(내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당장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는 거 같다. 조정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정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 문제와 관련 송 의원은 "기업 영속성을 유지하며,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이 정상화하도록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스케일업(단기간에 매출·고용 급성장 기업)하는 곳에 대해 혜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 공익법인 상속증여세 면세 한도 등 문제에 대해서도 송 의원은 "최대주주 할증 관세는 차제에 정상화시켜줘야 하고, 공익법인은 우회적인 지배구조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공공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쪽으로 출자할 수 있으니까, 그 점에서 제한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감세' 기조로 추진하는 세제 개편안은 야당의 반발을 넘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야당 동의 없이 관련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정부 세법 개정안이 나온 뒤 입장을 내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 세제 개편 방침에 '부자 감세'라며 일찌감치 제동을 걸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23조 원의 지방재정이 펑크났다"며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완화, 공시지가·공정가액비율을 크게 낮춘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자 감세 중독부터 끊어야 세제 개편 논의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세수 결손·재정 위기의 책임을 묻는 재정 청문회를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의 이 같은 제동에 "경제력이 있는 50·60 세대가 조기에 20·30세대에 부를 이전해 소비를 촉발시키고, 경기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게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부자 프레임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속세가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부의 세대 간 이동을 촉진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라며 반문한 뒤 "일부 (세수를) 낮춰 소비나 경제가 살아난다면, 그에 따라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수가 늘 수 있다. 경제의 기간이 되는 쪽으로 세수가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한 조세 정책 방향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