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차라리 관상을 보겠다

입력 2024-06-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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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빠른 속도의 피드백과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 상승”

최근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두고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코멘트한 내용이다. 해당 리포트 내용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금융투자 전문가가 정부 추진 사업 전망을 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을 불러왔고, 해당 리포트 내용이 수정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시장이 오매불망 중요시하는 고용지표보다는 ‘히딩크 관상 분석’을 솔직히 더 신뢰한다”는 내용이 담긴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관상’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역시 논란이 되자 해당 리포트는 ‘지표는 가려서 받아들여야 된다’라는 제목으로 변경됐다. 관상 관련 내용도 삭제됐다.

진심이었든, 가벼운 농담이었든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리포트에서 ‘관상’이 언급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해당 현안에 정치논리가 개입되고, 석유 시추 사업이 ‘대국민 사기극’이기를 물 떠놓고 비는 듯한 일각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일면 ‘관상’을 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비판으로 해석될 법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석유 시추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에 나서면서부터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물론이고, ‘가짜 약 파는 약장수’라는 원색적인 비판도 나왔다.

유전 가능성을 분석한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은 “석유 매장 가능성은 국가 경사인데 한국처럼 논쟁이 뜨거운 경우는 처음”이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국가 경사’이기 이전에 다방면의, 철저한 분석과 비판적인 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과연 이러한 비판들이 객관적인가’라는 의문이 찍힌다. 메시지보다는 메신저를 공격하기에 바쁜 양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한다고 하면 다 고춧가루를 뿌린다”며 못내 아쉬운 반응도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마찬가지다. 5월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진행된 금투세 폐지 국회 청원에는 총 6만9184명이 동의를 표했다.

기준선인 5만 명을 넘어서면서 향후 국회에서 논의되겠지만, 투자자 여론보다는 ‘여당 대 야당’ 구도가 형성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고 있는 따름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적어도 이 문제에서는 좌우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느 한쪽의 의견이나 입장이 틀렸다는 믿음이 깔린 공론은 오히려 ‘관상’보다 주술적이다. ‘정치가 만사’라지만, 모든 현안과 메시지에 정치 논리가 대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옳은 부분이 있다면 수용하고, 옳지 않은 부분은 배제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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