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 시장에 밀렸던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에 대형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거래대금이 코스피로 계속 몰리고 있다. 코스닥은 지난해 이차전지 이후 주목할만한 섹터가 보이지 않아 고전 중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1일까지 코스피 평균 거래대금은 12조6399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9조2099억 원)과 비교하면 3조4300억 원이나 많은 수치다. 올해 초만 해도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10조4961억 원으로 코스피(8조8749억 원)를 1조6000억 원 넘게 앞섰다.
그러나 2월 코스피(11조3343억 원)가 코스닥(11조803억 원)을 약 2500억 원 수준으로 역전하기 시작하더니, 3월 3552억 원, 4월엔 2조1962억 원 등으로 점차 그 차이가 확대됐다. 5월엔 직전 달보다 2500억 원가량 많은 2조4472억 원을 찍더니, 이달엔 3조 원이 넘는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격차는 시장에 속해있는 종목들의 체급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의 경우 코스닥에 비해 대형주가 몰려있는데, 1월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외치면서 저PBR 종목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금융, 자동차, 지주회사 등 대형주 중심의 강세 흐름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렸다.
반면, 코스닥을 떠받치던 이차전지의 열풍은 빠르게 식으면서 코스피와의 격차가 더 커졌다. 현재도 뚜렷한 주도 주 없이 제약, 화장품 등으로 거래대금이 분산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대형주에 관심이 계속 쏠릴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AI) 랠리도 대형주인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등에 우선적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경우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한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한 대형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중·소형주는 금리 민감도가 높아 인하 시기가 구체화할 때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