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AI 비즈니스 가장 큰 장벽은 “인력 부족”

입력 2024-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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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확보·투자 유치보다 'AI 인력 부족' 어려움↑
MS·구글 빅테크, 고연봉 앞세워 물량 공세 영입전
전세계적으로 AI 기술 필요한 일자리 25% 임금 상승
韓 기업·정부, 인재 육성 집중하지만…인재 유출국 3위

글로벌 인공지능(AI)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사업 운영상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기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4월 발표한 2023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AI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2354곳 중 81.9% 기업이 인력 부족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기업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애로사항 9가지(기타 포함) 항목 중 'AI 인력 부족'이 5점 척도 기준 4.25점으로 가장 높았다. 5점 척도 기준 중 4점을 넘은 건 인력 부족이 유일했다. 뒤이어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3.98점) △'투자유치의 어려움'(3.80점) △'국내 시장의 협소성'(3.67점) △'AI인프라컴퓨팅 부족'(3.62점) △과도한 규제(3.44점) 이 꼽혔다.

기업들은 특히 개발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데이터 분석가(450명) 대비 개발자(5257명)가 11배 부족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SW(소프트웨어) 개발자가 3376명으로 가장 많이 부족했다. 이어 서비스 개발자(817명), HW 개발자(214명), 아키텍처 설계 및 분석가(641명)가 부족하다고 조사됐다.

응답 기업은 서술형 문항을 통해 "프로젝트에 투입될 실무형 전문 인력 채용이 어렵고, 소프트웨어·서비스 등 기술 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필요보다 공급이 현저히 부족하다, 인력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고도 덧붙였다.

AI 전문 인력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달 15개국의 5억 개가 넘는 채용 광고를 분석한 결과, AI 기술이 필요한 채용 공고는 전체 채용 공고보다 3.5배 빠르게 증가했다.

인재 모시기 경쟁은 연봉 상승으로 이어졌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AI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에는 최대 25%의 임금 상승도 뒤따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100만 달러(약 20억 원)를 주더라도 AI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팀을 통째로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

국내 기업 역시 AI 인력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자·통신·플랫폼·서비스 등 업종과 직급을 가리지 않는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달 실리콘밸리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 100만 달러를 줄 수 있고, 나보다 연봉을 더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은 인재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AI 회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건 통신 3사는 모두 산학 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9년부터 AI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AI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T는 2022년부터 카이스트, 포항공대, 한양대 등 국내 대학과 함께 AI 석사과정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숭실대학교와 손잡고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정보보호학과를 신설했다.

정부 지원 역시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총 예산 739억 원을 들여, AI 석‧박사급 핵심인재 양성 사업 규모를 45개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했다. 오는 2028년까지 총 1만7800여명의 디지털 핵심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12일 한양대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을 방문한 강도현 과기정통부 차관은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총결집해 인공지능 시대 주도권을 확보해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인공지능반도체 분야에서 우리 청년들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학연이 손잡아 인력을 키워도, 수많은 인재가 고연봉을 앞세운 해외 빅테크 기업으로 떠난다는 점이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였다. SPRi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외국인 인력은 619명으로, 전년 595명 대비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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