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국내 성인 10명 중 3명에게서 진단될 정도로 흔한 만성질환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중장년층에 집중돼 20~30대 젊은 환자들은 증상을 지나치기 쉽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동맥경화, 심부전 등의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어 증상과 예방 수칙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mmHg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혈관에 피가 잘 흐르려면 일정한 압력이 필요하지만, 이보다 높은 압력이 계속되면 혈관 벽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심장에도 부담이 된다. 심장벽이 두꺼워져 기능이 망가지는 ‘심부전’ 위험이 커지며, 뇌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성인 고혈압 유병률은 28.1%에 달했다. 고혈압 환자 중 본인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인지하는 비율은 71.2%, 약물 등으로 치료를 받는 성인은 66.9%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본인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환자는 87.1%가 본인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60대는 80.8%, 50대는 69.8%, 40대는 50.7% 등으로 인지율이 점차 하락했지만, 과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30대는 24.8%로 인지율이 낮았다. 30대의 고혈압 유병률은 10%로, 100명 중 10명이 환자지만 그중 약 7명은 본인의 혈압 이상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주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며 측정 시간, 날씨,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계속 변한다. 병원에서만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고혈압’이나, 평소 높았던 혈압이 병원에서만 정상으로 측정되는 ‘가면고혈압’ 현상도 있다. 이 때문에 혈압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여러 번 측정해야 한다. 의료기관이나 공공시설 등 여러 장소에 비치된 혈압계가 보일 때마다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치료의 핵심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흔한데, 생활요법을 통해 약의 용량이나 개수를 줄일 수 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실제로 진료 보던 환자 중 담배를 끊고, 식이, 운동 요법을 통해 건강을 되찾아 혈압약 복용을 중단하고서도 130/80mmHg 정도로 혈압을 잘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고혈압 위험인자를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며, 약물치료는 생활요법에 부가해 추가적인 강압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저염식과 채소 위주의 식사가 권장된다. 또한, 체중 감량, 금연, 절주, 스트레스 완화 등도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손 교수는 “젊은 층은 특히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비만,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가진 경우 더욱 고혈압에 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