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영화제작 환경…여성영화인 성장 방해
"여성영화인 위한 펀드 신설 등 적극 지원해야"
여성영화인들의 40%가 영화를 통한 연수입이 10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입 평균은 2443.3만 원으로 조사됐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조사' 연구 결과 응답자 중 40%가 연수입(2022년 8월 1일~2023년 7월 31일)이 1000만 원 이하였다.
이어 3000만~4000만 원 미만 20%, 2000만~3000만 원 미만 13.3% 순이었다. 연수입 평균은 2443.3만 원이었다.
영화 외의 다른 일을 하는 이유로는 영화 관련 일 기회 부족이 43.8%로 가장 높았다. 영화 일의 수입이 적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8.1%였다. 양육이나 개인 작업 등 기타 사유가 25.0%, 고용 중단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1%로 나타났다.
2023년 개봉작 183편 중 여성 감독은 22.8%(49명), 여성 제작자는 24.8%(77명), 여성 프로듀서는 31.0%(71명), 여성 촬영감독은 8.1%(18명)에 불과했다.
특히 100만 명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17년간 총 15편이었다. 평균 1편도 되지 않는 셈이다.
영진위가 발표한 '2022년 한국 영화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연극영화과 여성 졸업생은 전체의 59%지만, 영화산업 내 여성 스태프는 43.6%다. 감독급 스태프 중 여성 비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감독급 여성영화인 응답자들의 감독 데뷔 소요기간은 최소 3년에서 최대 20년까지였다. 평균 10.8년이 걸렸다.
여성영화인은 영화 교육 기관 이후 영화현장의 진입, 경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는 단계(한국영화 아카데미, 영화제), 경력을 쌓는 단계(극장 개봉영화 및 상업영화)로 갈수록 그 수가 급감하고 있다.
한 여성영화인은 "전반적으로 영화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남성들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좀 많다"라며 "그들이 사람을 뽑을 때 다소 편한 사람, 같이 일하고 대화하기 편한 사람 위주로 구하다 보니까 여자 스태프들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여성영화인도 "영화산업 안에서 주요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배급사, 제작사, 투자사 대부분이 남성 성비가 월등히 높다. 이들의 네트워킹이 상당히 공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영화현장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성별화된 권위체계, 여성 영화인에 대한 혐오 분위기 등이 여성영화인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진위는 이번 연구 조사 결과에 따라 △여성창작자 위한 펀드 지원 △영화인들을 위한 육아 지원사업 △여성영화인 기술 아카데미 운영 △여성영화인 위한 창작 공간 제공 등을 정책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번 연구 조사는 연출, 제작, 촬영, 미술 등 직군별 감독급을 대상으로 한국영화 2편 이상 제작에 참여한 남녀 영화인 42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가운데 감독/조감독급 여성영화인 36명에 대해서 '여성영화인 근로환경 및 경력개발조사' 설문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