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약 시장의 활력은 떨어졌고 수요자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다. 한 달 새 10.8%(7033가구) 늘어난 것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에 7만 가구를 돌파한 것이기도 하다.
미분양 주택은 작년 2월 7만5438가구를 정점으로 줄면서 5월 7만 가구 밑으로 떨어졌고 9~11월은 5만 가구대까지 감소했다.
올해 4월 미분양은 수도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4655가구로 전월보다 22.4%(2678가구) 늘었다. 인천이 59.6%(1591가구), 경기는 13.4%(1119가구) 증가했다. 인천은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경기(9459가구)는 대구(9667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미분양 주택이 많은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4월 말 기준 1만2968가구로 전월보다 6.3% 늘면서 9개월 연속 증가했다.
미분양 증가세가 꺾이길 기대하기에는 청약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1.1대 1에서 올해 5.2대 1(5월 30일 기준)로 떨어졌다. 청약 열기가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서울(57.4대 1→84.6대 1)과 충남(5.1대 1→15.1대 1), 전북(4.3대 1→17.7대 1)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경기는 9.6대 1에서 2.8대 1로 3분의 1 수준이 됐고 부산, 대전, 경남은 소수점 경쟁률이다.
청약 수요는 축소됐지만, 분양 물량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직방 집계 기준으로 4월과 5월 각각 1만5341가구, 1만4284가구가 공급됐다. 이달은 2만9340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절반 정도의 청약 일정이 밀린다고 해도 1만5000가구 안팎 분양이 예상된다.
게다가 분양가는 계속 고공행진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568만3000원(4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월보다 17.3% 올랐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는 전국 17개 지자체 중 올해 지역 내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곳이 6곳이란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높은 분양가는 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가중해 청약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주택사업자들도 분양시장 상황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6월 아파트분양시장전망지수는 83을 기록했다. 4월 75.5, 5월 82.9보다 나아졌지만, 기준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낮을수록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뜻이다.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4월 109.9에서 지난달 100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110.3으로 높아졌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과 경기도 중심 지역의 좋은 분위기가 퍼져나가면서 지방도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방에 미분양이 적체된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물량이 나온다는 점, 부실사업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작업 진행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미분양 증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국 미분양 물량이 10만 건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7만5000건 안팎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