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예고 공시 나왔지만...실제 밸류업 공시 기업은 등장엔 '하세월'

입력 2024-05-28 15:44 수정 2024-05-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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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이투데이DB)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이투데이DB)

정부의 밸류업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되면서 KB금융이 국내 1호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예고 공시를 내놨다. 정부는 앞으로 자체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겠단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실제 밸류업 공시 기업 등장은 사실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27일) 시작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 공시 스타트는 KB금융이 가장 먼저 끊었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예고 공시했는데, 회사는 “이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올해 4분기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대표적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힌다. 1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42.51% 상승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연초 유가증권시장 17위에서 10위로 일곱 계단 뛰었다.

이는 시장 기대감에 어느 정도 부합한 것이었다. KB금융을 포함한 금융지주와 은행 등은 밸류업 수혜주로 꼽혀왔으며, 전망대로 KB금융이 밸류업의 첫발을 뗀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1호 공시 기업이 나오긴 했지만 KB금융 마저도 4분기 공시를 예고했고, 이후 예고 공시할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기업 공시 참여가 충분하지 않으면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KB금융의 주가를 봐도 시장의 반응을 알 수 있다. 공시를 한 27일 KB금융 주가는 하락 마감했으며, 28일도 상승으로 마감하긴 했지만, 장중 1.3%까지 오른 게 전부다.

정부는 자체 인센티브를 도입해서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겠단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을 선별해 밸류업 지수 및 금융상품을 출시하겠단 목표다.

기업가치 우수기업과 가치 제고 기대기업으로 구성된 'KRX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3분기 중으로 구성하고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을 4분기 안에 출시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많을 때 의미가 커진다.

예컨대 3분기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더라도, 4분기에 공시 예고를 한 KB금융은 지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지수에 연계된 ETF도 마찬가지다.

결국, 시장에선 세제 혜택 등 기업을 유인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4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경감해 주겠다고 발언했지만 이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이 구체적 세제 혜택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이후 국회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야당이 ‘부자 감세 반대’를 내세우고 있어 지금으로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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