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실질지출 증가세 주춤
내달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주요 식음료와 생활용품 소비자 판매가격이 일제히 오를 예정이라, 6월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채소와 과일, 식자재 중심의 밥상 물가는 물론 프랜차이즈업체 등의 외식비까지 오르면서 소비 심리 위축도 심화할 전망이다.
26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제조업체는 김, 올리브유 등의 판매가를 인상한 데 이어 내달 초콜릿, 간장 등을 비롯해 건전지, 면도기까지 가격이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초콜릿의 경우 롯데웰푸드가 내달 1일부터 ‘가나초콜릿·빼빼로·칸쵸’ 등 주요 제품의 17종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국제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결과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10년 넘게 톤(t)당 2000∼3000달러의 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주산지 서아프리카 작황 부진 때문에 지난해부터 가격이 상승, 올해 초부터 롤러코스터를 탄 듯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가나초콜릿은 1400원으로 기존보다 200원 오르고 빼빼로는 1800원으로 100원 인상된다. ABC초콜릿은 4780원에서 5280원으로, 빈츠는 4480원에서 4780원으로 오른다. 롯데웰푸드는 애초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물가 안정을 바라는 정부 요청을 감안해 인상 시기를 한 달 늦췄다.
이달 초 CJ제일제당과 광천김, 대천김, 성경식품이 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주요 업체의 가격 인상도 예고된 상태다. 시장 1위 업체인 동원F&B는 6월 1일부터 김 가격을 평균 15% 올린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인 양반 들기름김(식탁 20봉)은 9480원에서 1만980원으로, 양반 참기름김(식탁 9봉)은 4780원에서 5480원으로 오른다. 김 제조사들은 원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샘표식품도 내달 중순 간장 제품 가격을 평균 7.8% 올리며 밥상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샘표의 장류제품 가격 인상은 약 2년 만으로, 이번 조치에 따라 대표 제품인 ‘샘표 양조간장 501’ 가격은 11.8% 오른다. 샘표의 가격 인상을 계기로 다른 장류 제조사인 CJ제일제당과 대상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롯데칠성음료도 탄산음료 등의 가격을 5∼8% 올리는 방안에 대해 대형마트와 협의 중이다. 편의점에서는 6월 1일부터 델몬트 콜드쥬스 오렌지·포도 각 250㎖ 제품 가격을 1500원에서 1600원으로 6.7% 오른다.
건전지, 면도기 등 생활용품의 가격도 내달 일제히 인상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듀라셀 건전지 17종 가격은 약 9% 비싸진다. 질레트 일회용 면도기는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오르며, 질레트 마하3면도기는 1만3100원에서 1만4500원으로 10.7% 인상된다.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도 6월이 분수령이다.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이달 31일을 기점으로 23개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한다. BBQ는 애초 23일부터 제품가격을 올리기로 했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시행 시점을 8일 연기했다. 앞서 맥도날드와 신세계푸드 노브랜드버거도 판매가를 인상했다.
이처럼 업계의 가격 인상 릴레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생활물가 오름세는 6월을 기점으로 한 번 더 크게 상승함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3.0% 늘었다. 다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지출 증가율은 0%에 그쳤다. 또 같은 기간 가계 밥상에 직결되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전 분기 대비 7.2% 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는 되레 11.7% 감소했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던 외식·식품·생필품 제조사들이 지난 달 총선이 끝나자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지난달 납품가격이 오른 생리대와 섬유유연제, 볼펜, 라이터 등의 가격을 올렸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1차관은 지난 달 25일 대형마트·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제조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물가 상승을 크게 자극하지 않게 가급적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 폭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통·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물가인상 자제 요청에 협조하려고 해도,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분을 상쇄해야 하고, 판매처인 대형마트·편의점는 납품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