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담배제조업체인 한국필립모리스가 한국환경공단, 보건복지부장관, 재단법인 연초생산안정화재단 등을 상대로 청구한 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결정했다.
관련법이 개정된 2015년 1월 1일 이후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는 인상된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재심리하게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제조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긴 것은 담뱃세의 인상차액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때가 아니라 임시창고에서 물류센터로 옮긴 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송의 시발점은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던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00원이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크게 올랐고, 관련법 개정에 따라 2015년 1월 1일 이후 담배제조장에서 반출하는 담배부터 인상된 부담금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인상된 부담금은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다. 담배 한 갑당 폐기물부담금은 7원에서 24.4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254원에서 841원으로 올랐다. 이와 별도로 연초생산안정화재단에 대한 출연금 항목도 담배 한 갑당 5원으로 신설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 같은 담배 부담금 인상에 따른 차익을 보기 위해 제조장에서 일시적 방편으로 마련한 임시창고로 담배를 미리 반출했고, 실질적 이동이 없음에도 마치 반출된 것처럼 전산 입력했다.
이후 도매업자 등에게는 인상된 부담금 등을 반영한 가격으로 배송·판매했다.
한국환경공단과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배송·판매된 담배 내역을 들여다봤고, 그중 약 1억 갑이 2015년 1월 1일 이후에 실질적으로 도매업자 등에게 출고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부담금을 추가 부과했다.
추가 부담금은 한국환경공단의 페기물부담금 17억 원,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 517억 원에 달했고, 여기에 신설된 연초생산안정화재단 출연금 5억 원도 보태졌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이 같은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부담금 납부의무는 ‘담배가 제조장으로부터 반출된 때’ 성립한다는 취지다. 그 외의 공간인 물류창고 등으로 옮겨지는 시점은 부담금 납부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물류창고는 (제조장과 달리) 담배 완제품을 보관, 재포장하는 기능만 수행한다"면서 “부담금 부과처분이 침익적 처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언을 벗어난 해석에 해당하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고, 2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21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달랐다. “임시창고를 이용한 가장반출의 경우 담배가 임시창고에서 물류센터로 옮겨진 때에 제조장에서 반출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2023년 담배소비세, 개별소비세 관련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서 이번 사건에도 해당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