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낳아 양육하던 이보람(38·여) 씨 부부는 2016년 입양을 통해 막내딸을 얻었다.
입양가족이 된 첫해 이 씨는 입양의 특수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고자 입양가족 온라인 카페에 운영 스태프로 참여해 예비 입양가족들에 입양정보를 제공했다. 이후에도 입양아동들로 구성된 이스턴 입양가족 합창단 참여, 입양청소년 자조모임인 청토리 구성, 입양가족 장기자랑·자조모임 참여, 예비 입양가족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던 중 2021년 막내딸이 경계선지능을 진단받았다. 이를 계기로 이 씨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경계선지능 입양자녀를 양육하는 입양가족 자조모임 ‘고슴도치사랑’을 결성해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유튜브 채널(경계를걷다)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다양한 방송·미디어 매체에 출연해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11일부터 17일까지는 ‘입양특례법’ 제5조에 따른 ‘입양주간’이다. 입양의 날(5월 11일)과 입양주간(5월 11일부터 1주간) 제정 취지는 건전한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 활성화다.
다만, 국내입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국외입양 건수는 2014년을 단기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입양 비중은 2013년 74.4%까지 올랐으나, 2017년부터 6년간 50%대에 정체돼 있다. 특히 2022년 보호대상아동 2289명 중 입양이 결정된 아동은 166명(7.3%)에 불과하다. 가정위탁도 802명(35.0%)에 머물고 있다. 이에 입양가족 당사자들이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영희(65·여) 씨 부부는 입양으로 8명의 자녀를 얻었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부친상을 당하고 좌절했던 한 씨는 우연히 해외입양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 후 입양을 결심했다. 한 씨는 “아버지 한 분만 계시지 않아도 죽을 만큼 상실감이 큰데, 부모가 모두 없는 상태로 사는 고아를 상상할 때 더없이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한 씨는 자녀를 1명만 낳고, 1명은 입장하자는 조건으로 남편과 결혼했다. 첫 자녀를 출산한 후 한 씨는 입양에 관한 선입견,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곱 살 남자아이를 아들로 맞았다.
한 씨 부부의 입양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외환위기 이후 가정이 깨졌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홀로 남게 될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이에 남편과 시부모를 설득해 6개월 남아를 입양했다. 이후 6명의 아이를 더 입양했다. 또 입양을 계획하는 가정에 용기를 주고자 적극적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인식 개선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정부도 이런 노력에 호응해 입양아동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입양의 날과 입양주간을 제정했다.
“내 자녀만 잘 키운다고 밝은 미래가 오지 않는다. 내 자녀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든 아이가 가정에서 크도록 돕는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게 한 씨의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