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등산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등산을 가벼운 운동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산의 난이도나 등산코스에 따라 강도가 높은 운동이 될 수 있다. 특히 심장질환을 앓고 있으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등산 사망사고는 총 73건이다. 이중 심장질환에 의한 사고가 51%(39건)로 가장 많았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102만 명인데, 이중 약 54%가 50~70대 중장년 남성이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협심증, 심근경색 등 혈액 공급에 장애를 일으켜 발생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고도가 높아지면서 공기 중 산소농도가 낮아진다. 체력 부담은 커지고 탈수가 발생하기 쉽다. 또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하고 맥박은 빨라지며 혈압은 높아진다.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심장은 더 큰 부담을 받는다.
이때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허혈성 심장질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슴을 짓누르거나 조이는 것 같은 통증, 어지러움이나 현기증, 토하고 싶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 심장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 위험하다. 심장질환이 없어도 낮은 기온에 노출된 상태로 등산을 오래 하다 보면 심장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은 상승하면서 급성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허혈성 심장질환 중 하나인 협심증은 혈관 안쪽 지름이 좁아져 운동이나 신체활동 시 생기는 흉통으로 안정을 취하면 증세가 호전된다. 반면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각한 심장 근육 괴사가 생긴 것으로, 협심증과 달리 안정을 취해도 흉통이 지속되고 호흡곤란, 구토가 동반되면서 심할 경우 심정지로 인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다. 등산 중 심정지 등 심장 관련 응급상황이 생기면 119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폐소생 중 인공호흡에 자신이 없다면 머리에 혈류가 지속해서 공급될 수 있도록 가슴 압박만 제대로 해도 환자 소생에 도움이 된다.
김민식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은 “등산 중 운동량이 증가하면 탈수가 나타나고 맥박 증가, 혈관 수축, 혈압 상승 등이 나타난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는 중장년 남성이면 더 조심해야 한다”며 “식사나 음주 후 1시간 이내 또는 매우 덥거나 추운 날씨에는 등산을 자제하고, 등산 후에는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