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퀴어…전주영화제로 본 단편영화 경향

입력 2024-05-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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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경쟁' 1332편 역대 최다 출품…25편 본선 진출
청춘 방황 다루면서 소재적으로는 여성ㆍ장애ㆍ퀴어 多
"단순한 재현 아닌 다층적인 형식과 장치를 매개로 표현"

▲권수민 감독의 '거짓말 알레르기' 속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권수민 감독의 '거짓말 알레르기' 속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하고 중반을 넘어가는 가운데,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출품한 영화들이 방황하는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주로 여성ㆍ장애ㆍ퀴어 등의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는 역대 최다 편수인 1332편의 단편영화가 출품됐다. 이 가운데 25편이 예심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아 본선에 진출, 관객들을 만났다.

독립 단편영화는 소규모 자본 등 대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된다. 이 같은 악조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창작자의 기발한 재치와 발칙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대사를 통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영화적 순간을 통해 기존의 규범과 관습을 탈피하는 시도 역시 단편영화의 미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편영화는 한국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한국단편경쟁은 예전보다 실험성과 개성이 짙은 영화들이 많이 선정됐다"라고 말했다.

'한국단편경쟁' 부문 심사위원단은 올해 한국단편경쟁 특징을 '굳어진 제도를 일깨워 흔드는 질적 전환의 시도'라고 명명했다. 심사위원단은 "손쉽게 분류할 수 있는 표면적 소재와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영화와 창작을 둘러싼 근본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나름의 답변을 마련하고자 하는 영화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김현빈 감독의 '치킨맨' 속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김현빈 감독의 '치킨맨' 속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김현빈 감독의 '치킨맨'은 취업과 주거 불안에 시달리며 방황하는 청춘을 포착한다.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은 불안에 시달리며 방황하는 청춘이 아니라 '불안'과 '방황' 그 자체다. 사실주의적 재현이 아닌 심리 묘사를 통한 표현주의적 재현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오재욱 감독의 '너에게 닿기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공존과 상생의 장을 모색한다. 조원용 감독의 '손끝의 말'은 시 쓰는 청각장애인을 통해 예술을 마주하는 인간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두 영화는 장애인에 관한 편견을 서사의 동력으로 삼지 않지 않는다. 고난에 빠진 장애인이 아닌 다채로운 개성으로 무장한 장애인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을 풍요롭게 묘사한다.

권수민 감독의 '거짓말 알레르기'의 주인공은 퀴어이자 무성애자다. 상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귀결이 육체적 결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 영화는 퀴어와 무성애를 통해 일반적인 사랑의 의미에 물음표를 제기한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상대를 밀쳐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전통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혁파하는 동시에 재해석하고 확장한다.

심사위원단은 "단순히 사회적 소수자들이 처한 환경을 묘사하고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층적인 형식과 장치를 매개로 그들이 직면하는 감각을 영화에 정착시키려는 시도들이 돋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수자들이 갖는 감각과 시선은 기존의 영화가 견지하던 정상적 질서를 변형하는 효과로 나타나며 이는 영화 매체의 물질성 자체를 변형하는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창작자가 단편영화에 내건 각자의 믿음이 적확한 구조나 형식과 맞물리며, 정교하고 구체적인 물질성으로 스크린에 도착해,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있게 유지된 작업을 옹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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