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베스트웨스턴플러스전주호텔에서 열린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기자간담회에서 허진호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기억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주 출신이기도 한 허 감독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맡았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선정된 감독이나 배우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들을 소개하고 관객과 함께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백현진 배우가 맡았다.
허 감독이 선택한 다섯 편의 영화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795)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1984)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1953) 그리고 자신의 작품인 '봄날은 간다'(2001)와 '외출'(2005)이다.
허 감독은 "어렸을 때 재개봉관에서 '바보들의 행진'을 혼자 봤다. 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보냈는데, 이상하게 70년대의 문화에 더 익숙했다. 70년대의 문화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질문하면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리, 텍사스'에 대해서는 "큰 서사를 가진 영화보다 더 깊게 느껴졌다. 영화에 나오는 OST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다. 라이 쿠더(Ry Cooder)의 기타 연주가 참 좋다. 그 기억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경 이야기'는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허 감독의 초창기 영화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박광수 감독의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 조연출을 끝내고 파리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오즈 야스지로 특별전'이 열렸는데, 이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영화가 이런 삶의 깊이까지 다룰 수 있구나 생각했다. 내가 초창기에 만들었던 영화들이 오즈의 세계관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 생각에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허 감독의 말처럼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다른 영화제들과는 달리 예술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들을 주로 소개하는 특성 때문이다. 올해 공모작은 총 2260편으로 지난해보다 357편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제경쟁 부문은 총 747편이 접수돼 전년 대비 143편 증가했다. 한국영화는 총 1513편으로 전년도 대비 214편 늘었다. 한국경쟁 134편ㆍ한국단편경쟁 1332편ㆍ지역공모 47편이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이다. 다양성 영화를 통해 언제나 영화의 경계를 넘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것. 그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이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작품 경향성에 대해 "코로나19의 힘든 여건 속에서 새로운 불씨를 틔우려는 영화인들의 강한 의지와 희망이 작품 안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