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지배구조 개선안 담아...자율성 보장 강조에 ‘우려’ 목소리

입력 2024-05-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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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링’ 해소 방안 담아...이해상충 우려 해소 기대
쪼개기 상장 등 이슈 발생 시 대주주ㆍ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 우려 해소 기대
다시 한번 강조한 자율성...“퇴로 열어준 꼴” 지적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처=금융위원회)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개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도 담도록 했다.

정부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쪼개기 상장)과 지배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를 예시로 들며, 이런 이슈가 발생할 때 대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앞으로 기업들이 이에 호응할지 여부엔 물음표가 붙는다.

또 이번 발표에서 정부가 자율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기업 주관적 판단이 허위·과장 공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제2, 제3의 파두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터널링’ 해소 방안 담아...이해상충 우려 해소 기대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개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투자자가 쉽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 목차별 작성방법·원칙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중 핵심지표 선정 관련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자기자본이익률(ROE)·배당성향·배당수익률 등 재무지표뿐만 아니라 비재무지표도 강조했다. 특히 기업가치를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구조를 대표적 비재무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한 예시로 모자회사 중복상장(쪼개기 상장)과 지배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 등을 들었다. 만약 시장에서 이런 이슈가 있을 때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와 재계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부딪혔다. 정부는 기업 내재가치(펀더멘털) 향상을 위해 쪼개기 상장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상충이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재계에선 공시 내용은 자율이지만 행동주의 펀드, 해외 투기자본 등이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할 수 있다며 공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주주 일감 몰아주기 등 ‘터널링(지배주주 사익을 위해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 해소 방안’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거기에만 많은 배당금을 뿌린다는 투자자들의 지적 등에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이를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 자율성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아울러 이사회의 적극적 역할도 주문했다. 이사회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및 이행 과정을 감독하기 위해 필요시 의결도 거치도록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한 자율성...“퇴로 열어준 꼴” 지적

정부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자율성이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금융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기업가치제고 계획은 자율적 공시와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우수사례가 나오고 그 문화가 확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진정성은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방점이 ‘페널티가 없는’ 자율성에 찍히다 보니 허위, 과장 공시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은 우려 지점으로 꼽힌다. 기업 스스로 공시를 작성하고 원하는 항목만 넣을 수 있다 보니 주관적이고 자의적 판단이 과도하게 들어갈 수 있어서다. 지난해 파두 사태처럼 허황된 목표, 계획안으로 시장을 왜곡할 때 이를 막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불성실공시든 불공정거래 행위든 해당하면 처벌받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단순히 목표달성 및 예측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해 기준의 불분명함을 키웠다.

결국, 기업이 예측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면책 관련 공시 문구를 명시한다면, 기업 경영의 결과가 해당 예측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성실공시 적용 예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또다시 이른바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파두같은 기업이 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정부가 밸류업이 아니라 허위 공시로 투자자를 현혹할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준 꼴이 된 것 같다”면서 “시장을 왜곡할 때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시장이 가장 기대했던 인센티브 정책이 답보 상태라는 점도 김을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 세제 지원 혜택은 이번에도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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