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관련 규제 및 제도가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별다른 정책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정책 및 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 규제 및 제도는 2021년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이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 김남국 의원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1단계 법)이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으며,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업계에선 2단계 법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22대 국회에 가상자산 2단계 법을 비롯한 관련 정책을 이끌고 갈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논의를 이끌어 갈 인물이 없어 보여, 원 구성이 끝나면 관련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등 2단계 법이 지지부진해 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가상자산 1단계법과 관련된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 중 절반이 국회를 떠나게 됐다. 1단계법은 정무위에 제출된 19건의 법률안의 통합 대안이었는데, 해당 법률안들의 대표발의자 17명(윤창현 의원 3건) 중 9명만이 22대 국회에 입성한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 운동 기간에도 가상자산이 크게 부각된 바가 없었던 만큼, 국회에 “인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선 가상자산 현물 ETF가 점차 활성화되고, 관련 제도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미국은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며 전통 금융 자금이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물 ETF의 파급력으로 비트코인은 올해 3월 28개월 만에 신고가(ATH)를 달성하기도 했다.
홍콩도 지난달 15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아시아 국가 중에선 최초로 승인했다. 거래 개시 첫날인 지난달 30일 총 1243만 달러가 거래되며, 미국의 첫날 거래량(약 46억 달러)과 비교했을 때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는 “시장 규모를 따진다면 이는 큰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홍콩이 아시아, 특히 중화권 자금의 유입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과 UAE도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낸스가 지난달 29일 진행한 비대면 기자 간담회에서 비샬 사첸드란 바이낸스 시장 책임자는 “좋은 규제는 시장 혁신을 촉진한다”면서 유럽과 UAE의 사례를 들었다. 유럽의 미카(MiCA)는 가상자산을 정의하고 실제 서비스에 따라 사업자를 분류, 규율하는 법으로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UAE는 두바이 가상자산 감독청(VARA)을 중심으로 시장 육성에 힘쓰고 있다. 반면, 한국의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이것만 가지고 업계 환경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 같다”고 말해 국내 가상자산 정책이 이들 국가에 비해 미비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