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은 세계 7위 규모에 달했고, 1인당 명품 소비 역시 세계 1위다.
명품 가격 인상설이 돌 때마다 유명 명품 브랜드 매장 앞은 ‘오픈 런’으로 인산인해인 것만 봐도, 한국인의 명품 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 심지어 매장에 없는 제품은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도 흔하다. 한국인이 ‘명품 호갱(호구+고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명품업계 역시 경기불황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가격 인상을 하고 있다.
현재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 스몰(미니) 사이즈는 1497만 원, 미디움·라지사이즈는 각각 1557만 원, 1678만 원에 달한다. 에르메스의 버킨백, 켈리백 등은 높은 가격은 물론 구매제한까지 있어 돈이 있어도 가방을 쉽게 살 수 없는 지경이다.
그 덕에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는 지난해 국내에서 4조 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최근 급성장세인 디오르까지 더하면, 명품 브랜드 4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5조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브랜드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자잿값 상승과 환율 변동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주요 명품 브랜드의 국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어떨까. 많은 소비자는 명품 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사후관리(AS)는 퇴보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명품 기업의 국내 기부금 규모도 낮은 수준이다. 디오르는 지난해 1920만 원의 기부금을 책정해 “핸드백 2개 값밖에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에르메스의 기부금은 오히려 전년 대비 1.4% 줄어 5억 5300만 원에 그쳤다. 루이뷔통이나 펜디는 기부금 항목 자체가 ‘0’이다.
명품의 사전적 뜻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그러나 최근 명품 브랜드가 보여온 배짱 영업과 연중 수차례 가격 인상 정책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 기만’에 불과하다.
명품 기업의 배짱 영업과 횡포를 멈추려면 합리적 소비가 필요하다. 동시에 과시적 소비를 경계하는 사회 분위기도 더해져야 한다.하지만 무엇보다 명품 브랜드가 계속 생존하려면 소비자를 위한 ‘명품다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