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관계가 완전히 꼬여버렸다. 다음 달 취임을 앞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자율모집 결단에도 이부터 주 1회 휴진을 강행하기로 했다.
임 당선인은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2000명 의대 증원 발표를 백지화한 다음에야 우리 의료계는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의료계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의협 내에서 강경파 중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재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임시 지도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다음 달 임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취임하면 지도부도 임 당선인을 중심으로 개편된다. 비대위와 달리 임 당선인은 그간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정부를 비판해왔다. 다른 학생들의 수업 복귀를 강압적으로 막아왔던 일부 의대생과 사직을 강행하는 의대 교수들에게 정부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임 당선인은 정부를 ‘동네 양아치’, ‘건달’에 비유했다. 또 실제 행정·사법처분 시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진도 현실화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는 26일 정기총회에서 주 1회 휴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교수들의 피로도 누적을 고려해 주 60시간 이내에서만 근무하고,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휴진 기간과 범위를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정부도 강경하다. 전병왕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6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임 당선인에 대해 “의협이 가해자인 의대생을 두둔하면서 피해자인 의대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방치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호받아야 할 피해 학생들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드는 언행을 자제해 달라”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직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집단행동과 관련해서는 관계법령을 위반하는지 이런 부분들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자율모집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제안이란 입장이다. 의대 자율모집에 따라 내년도 입학정원은 올해보다 1600명 내외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통제관은 “실질적으로 이탈한 의사가 (사직이 예고됐던) 25일 기준으로 파악했을 때는 없었다”며 “전문의 1만9000명 정도가 지금 의료기관에 있는데, 그중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비율도 한 자릿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