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로섬 사고’, 소통과 타협으로 극복을

입력 2024-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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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제로 섬(zero-sum)은 경제이론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모든 이득의 총합이 항상 제로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미국 학자 네 명이 제로섬 사고방식이 세대와 영역을 초월하여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얼마나 강력하게 지배하는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논문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며, 분배를 위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장 큰 파이를 갖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을 막고자 한다. 부족한 자원을 놓고 경쟁할 때 다른 사람이나 다른 그룹과 협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난민, 연금 수급자 또는 복지제도의 수혜자를 위한 사회적 혜택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혜택으로 치부된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지원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몫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선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를 거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불안한 의사들, 의료개혁 협조 안해

연구에 따르면, 어떠한 사회집단이 제로섬 사고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를 조사하였다. 무엇보다도 개인적 경험이 이러한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민와서 성공한 사람들은 제로섬 사고방식을 덜 적용하고 오히려 모든 사람을 위한 열린 사회의 기회를 강조한다. 스스로 차별을 경험한 사람, 교육의 기회나 취업 시장에서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 소수 민족에 속하거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제로섬 사고방식에 훨씬 더 강하게 사로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MZ세대 젊은이들은 제로섬 사고방식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 지난 20년 동안 경제적 번영은 이전 수십 년보다 느리게 증가했다. 경제가 저성장하는 동안 젊은이들은 적은 일자리를 위한 격심한 경쟁에 내몰렸다. 경쟁과정에서 ‘너의 취업은 나의 실업’이라는 제로섬 사고방식에 자연스럽게 젖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둘째 이들은 분명히 부모세대와는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자랐다. 젊은이들은 분배를 둘려싼 사회적 갈등과 투쟁이 얼마나 강력한지 경험하였다. 그 결과 이들은 제로섬 사고방식과 그에 따른 정치적 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국회, 소통 강화해 공존문화 찾아야

정치영역에서도 제로섬 사고방식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일례로 의료개혁의 위기는 제로섬 사고방식를 쌍방에게 강요한다. 미래가 불안하거나 불투명한 의사들은 자기들이 잃게 될 잠재적 이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의료개혁이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제로섬 사고방식이 대중 담론에서 점점 더 자리를 잡게 되면서 한 사람의 이득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손실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의료개혁부터 노동개혁, 연금개혁,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이민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주요 과제는 상호 협력과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만족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상호배제를 중단하고 이러한 합의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출해야 한다. 이제 각정당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저울질하고 균형을 맞추며 합의점을 찾아 지난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첫걸음은 소통이다. 정치는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다른 의견과 가교를 쌓고, 다양한 견해의 민주적 공존을 강화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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