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아이유·손흥민…'억' 소리 나는 스타마케팅의 '명암'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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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제주삼다수)
▲(사진제공=제주삼다수)

각종 업계가 '스타마케팅'으로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타마케팅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분야의 스타를 내세워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소비자에게 기업을 각인하고 제품 판매 증진까지 유도하는 겁니다.

단순히 인지도만 높다고 모델 기용을 고려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 전면에 나서는 만큼,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선한 이미지를 지녀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죠.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스타는 한정돼 있습니다. 잘 고른 모델은 회사도 먹여 살릴 수 있는 만큼, '톱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되는데요. 간과할 수 없는 사실도 있습니다. 스타마케팅이 되레 대중이 등을 돌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가장 뜨거운 스타='임영웅'…금융권부터 유통까지 '모시기' 한창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스타는 가수 임영웅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음원을 발표하면 음원 사이트 최상단으로 직행,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 조회 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본업만 잘하는 게 아닌데요. 겸손한 이미지, 남다른 배려로도 화제가 됩니다. 임영웅의 콘서트가 끝나면 온라인상에는 팬들의 후기가 쏟아지는데, 당장 최근엔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그라운드석을 운영하지 않고, 돌출 무대를 4면에 둘러서 팬들의 시야도 배려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축구 팬들도, 영웅시대(팬덤 명)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건강 문제로 콘서트에서 중도 퇴장한 팬에게는 다음 날 공연에 임시 좌석을 마련해줬다는 미담도 전해져 감동을 샀죠. 임영웅은 첫 광고였던 쌍용차 렉스턴의 수익 전액을 기부했고, 미스터트롯 우승 부상으로 받은 신발 200켤레 상품권도 출연자에게 모두 선물한 바 있습니다.

본업으로도, 또 인성으로도 화제가 되다 보니 업계에서는 임영웅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올해 가장 핫한 스타마케팅 중 하나도 하나금융그룹의 임영웅 기용이죠.

하나금융은 2월 임영웅을 새로운 광고 모델로 선정했습니다. '임영웅=하나금융'이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포부였는데요.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진심을 전하는 가수이자 선행과 기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임영웅의 행보가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라는 그룹 방향성과 일치해 임영웅을 모델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하나은행의 '고객 퍼스트(First)' 가치는 그간 임영웅이 자신의 팬들을 향해 보여온 극진한 '팬 사랑'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는 설명입니다.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주거래 은행을 바꾸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했다는 팬들의 후기가 속속 전해졌는데요. 영업점마다 물량이 한정된 임영웅 관련 사은품을 받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하는 팬들도 있었다는 전언입니다.

임영웅이 출연한 하나은행 광고 영상은 최근 1500만 조회 수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구독자 수도 크게 늘었는데요. 광고 모델 선정 발표 전 '하나TV'의 구독자 수는 18만 명이었으나 현재 구독자 수는 23만 명 이상입니다. 임영웅이 하나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임영웅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측정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는데요. 그만큼 기업들도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선호합니다. 금융권에서도 임영웅 영입 시도가 치열했다는 전언이죠.

임영웅은 수많은 '완판'을 기록하며 광고계에서 믿고 내세우는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했습니다. 정수기 렌털 업체 청호나이스는 임영웅이 '미스터트롯'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 한 달 뒤 전속모델 계약을 발 빠르게 체결했는데요. 덕분에 청호나이스는 2020년과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세정 웰메이드 광고에서 임영웅이 입은 셔츠는 판매량이 510% 증가했고요. 본죽은 임영웅이 등장하는 광고 영상이 2000만 조회 수를 돌파, 쇼핑백이 중고거래되는 등 전에 없던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임영웅을 모델로 세운 청정원, 제주삼다수, 정관장도 웃고 있습니다. 청정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간장 브랜드 '햇살담은' 모델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올해 1분기 햇살담은 간장 판매액은 모델 기용 전인 2022년 동기와 비교해 약 16% 상승했는데요. 제주삼다수는 임영웅과 함께한 광고 영상 9편 누적 조회 수가 120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정관장은 임영웅의 모델 발탁을 기념해 친필 메시지가 담긴 포토카드, 브로마이드로 구성된 스페셜 굿즈 세트를 상품 구매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벤트를 24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하는데요. 5월이 가정의 달인 만큼, 정관장이 기록할 매출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가수 아이유(왼쪽), 축구선수 손흥민. (사진제공=하이트진로, 메가엠지씨커피)
▲가수 아이유(왼쪽), 축구선수 손흥민. (사진제공=하이트진로, 메가엠지씨커피)

아이유의 우리은행·손흥민의 메가커피…신뢰성으로 기업 인지도 ↑

광고 모델로 핫한 대표 스타로는 가수 아이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유는 임영웅 이전 4년간 제주삼다수 모델로 활동했고, 하이트진로와는 소주 브랜드 참이슬로 주류업계 최장수 모델 기록까지 썼습니다. 아이유는 2014년 하이트진로와 처음 광고모델 계약을 맺고 2018년까지 4년간 참이슬 모델로 활동했는데요. 2020년 다시 모델로 기용돼 지난달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임영웅이 하나은행에 있다면, 아이유는 우리은행에 있습니다. 우리금융그룹은 2022년 아이유와 인연을 맺으면서 성공적인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렸죠. 아이유의 맑고 선한 이미지를 내세워 그룹 이미지까지 쇄신했습니다. 2022년 드러난 700억 원대의 횡령 사고도 아이유의 이미지를 앞세워 고객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했죠.

연예인이 아닌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합니다. '캡틴' 손흥민은 임영웅이 1위를 차지한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지수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요. 손흥민을 얼굴로 내세운 메가MGC커피(메가커피)는 '대박'을 쳤습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손흥민과 저가 커피전문점의 대표 격인 메가커피의 만남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는데요. 과감했던 선택은 매장 확장 전략 적중 및 고물가로 저가커피에 눈을 돌리는 흐름과 맞물려 성공으로 귀결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가커피 운영사인 앤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684억 원으로, 2022년 1748억 원에서 무려 110.72% 뛰었습니다. 영업이익도 약 694억 원으로 2022년 약 310억 원보다 124.12% 늘었죠. 손흥민의 화제성과 신뢰도 높은 이미지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신뢰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스타 마케팅, 되레 독 된 경우는?…적자·기업 이미지 악화하기도

그러나 스타 마케팅이 오히려 가 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약사 경동제약은 최근 기존 모델 아이유에 방송인 덱스가 새로 합류한 진통제 '그날엔' 새 광고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자사 제품명이 덱스와 같고, 제품 효과처럼 강하고 빠른 덱스의 이미지가 부합하면서 신규 모델로 그를 발탁한 겁니다. 실로 온라인상에서는 '그날엔 덱스' 광고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빠르고 강한 효과를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각인한 거죠.

문제는 경동제약이 적자 늪에 빠졌다는 겁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62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1827억 원)보다 200억 원 정도 줄어든 규모입니다. 2021년 영업이익 157억 원은 2022년 83억 원으로 줄었고요. 지난해 결국 2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죠. 당기순손실도 200억 원에 이릅니다. 2022년 600명에 가까웠던 직원 수도 1년 만에 40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회사는 광고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날엔 모델인 아이유는 지난해 전속 모델 계약을 2년 연장했습니다. 그는 7년째 해당 제품 모델로 활동 중인데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아이유는 연 모델료가 1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곧잘 발견됩니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2월 1년 만에 죽과 비빔밥 등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임영웅을 모델로 발탁한 시점과 인상이 겹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광고 모델료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메가커피는 손흥민 광고 집행 예상비용인 60억 원을 본사와 가맹점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하면서 비판받기도 했죠.

역기능도 있습니다. 모델이 사회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로 배우 유아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 등 광고계로부터 '줄줄이 손절' 당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배우 류준열과 '환승 열애' 의혹이 일었던 배우 한소희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 광고 모델로 고윤정을 선정했고요. 치킨 브랜드 아라치는 '하극상' 논란의 주인공 축구선수 이강인과의 재계약이 아닌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와의 신규 계약을 택했습니다.

스타마케팅은 기업 이미지에 스타의 화제성과 이미지를 덧입혀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비용 대비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도 자명한데요. 스타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순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대치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질, 차별화된 경험 제공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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